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중심에 ‘중개’(仲介)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인지하고 있듯이 ‘중개’는 오늘날 사회 각 분야에서 그 역할이 점점 확장일로에 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닷컴이나 에어비앤비가 언뜻 떠오르지만, 연예계의 스타는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의해 만들어지고, 스포츠의 프로선수도 전문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정치인이나 종교인도 실상은 국가와 국민, 신과 인간의 중개자에 다름 아님을 생각해보면 중개의 역사는 꽤 오래 되었고 그 뿌리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매업자를 통해 선을 보았건 친구의 주선으로 미팅을 했건 평등한 존재인 두 인격체가 만나 결혼을 할 때에도 어김없이 중개는 등장하는데, 이 모든 것은 ‘관계’가 기반이 되고 그 위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사회가 네트워킹화 되면 될수록 중개는 더 일반화되고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관점이나 입장에 따라서 주(主, Main)였다가 한 순간에 종(從, Sub)이 되기도 하고, 때로 그 중간에 서기도 한다. 한 사업체의 생산자는 물품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할 때에는 소비자가 되고, 고객과의 사이에서는 판매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중개자를 고용하여 의뢰도 하지만, 스스로 중개자로 나서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는 현실에서 매우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고 있는데, 오늘날 중개의 의미에 대해 고찰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중개’를 영어로 나타낼 때에는 그 의미와 역할에 따라 여러 단어를 동원해야 한다. 금방 생각나는 단어는 connecting, combining, match making 또는 agency이지만, 중개는 단순히 연결하고 엮어서 성사시키거나 대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의 중개는 다양한 악기를 조화롭게 지휘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conducting과 이해충돌이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간에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가는 communicating이 더 중요시된다.
바야흐로 중개의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중개가 중개답고 성공하는 중개로 키우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며 과정이 돋보이는 전문성과 책임감 및 창의성에 집중하여야한다. 우리는 어떤 중개자를 선택하여 일을 맡기고, 우리는 어떤 중개자로 성장할 것인가? 이 시대를 읽는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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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김 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