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젊은 오늘 떠난 그리스와 튀르키예 여행

2023-05-29 (월) 박명희 / 전 한국학교 교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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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젊은 오늘 떠난 그리스와 튀르키예 여행
가장 젊은 오늘 떠난 그리스와 튀르키예 여행


가장 젊은 오늘 떠난 그리스와 튀르키예 여행


가장 젊은 오늘 떠난 그리스와 튀르키예 여행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따뜻한 강가에서 4대 문명은 시작되어 수많은 문화로 발전하였고 지금의 우리는 옛 사람의 흔적이 있는 유적지와 남긴 유물들을 만나러 여행을 떠난다. 나는 해외로 가는 패키지여행을 좋아한다. 한스여행사와 계약을 하고나면 가장 좋을 때에 남이 차려준 음식 먹고, 깨끗한 잠자리와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주는 인솔자와 어디서 그렇게 잘도 뽑아 오는 최고의 현지 한국 가이드와 똘똘한 터키가이드는 우리의 호위무사가 되어준다.


그리스는 유럽 모든 문화의 시작으로 정치, 경제, 종교, 철학, 예술, 건축, 언어까지 그리스에서 비롯됐으나, 지금은 경제적으로 쇠락한 어렵고 쓸쓸한 종갓집처럼, 조상의 찬란한 문화유산인 관광업과, 돌산을 일궈 올리브, 포도의 농업과 양, 소, 닭의 목축업과 요구르트, 치즈 등의 유제품으로 살아가지만 그리스가 없었다면 유럽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스와 터키에서의 전체적 느낌은, 바코드를 귀에 달고 힘없이 늘어진 길 고양이와 길 강아지들, 견과류와 꿀에 절인 온갖 강정들, 거리는 지저분하고, 쓰레기는 날리고, 깨진 보도블럭과 위험한 아스팔트길, 교통체증과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차들, 구걸하는 아이들, 미처 다 먹기도 전에 빨리 치우는 그릇과 케밥과 향신료,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확성기 소리이다.

1 그리스 아테네, 고린도마을, 아라호바 마을
오랜 세월 흥망성쇠를 거쳐 간 나라와 민족들의 문화와 삶의 흔적들로 가는 대리석 길을 오르면 높은 언덕위의 크고 웅장한 신전들, 원형경기장, 극장, 목욕탕, 수로들을 보고 또 보다보니 나중엔 이 돌이 저 돌 같고 그 신전이 그 신전같아 보인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 파르테논신전, 아폴로신전, 고린도를 구경하다가 고린도운하에서 하는 번지점프도 보고 싶었다. ‘태양의 후예’ 드라마 촬영지인 아라호바 산악마을 종탑에 올라 드라마처럼 진한 뽀뽀도 해야 하는데 아직은 서로 서먹해서 얌전히 나온다.

2 마테오라 수도원
돌산과 기암절벽 꼭대기에 신을 향한 의지로 세운 그리스정교회 발람수도원은 백개쯤 되는 계단을 올라가 만난다. 이 지역의 13곳의 수도원 중에서 3곳 정도가 개방되어있다. 도르래 바구니에 매달려 올라가 산꼭대기에서 묵상하며 기도하고, 성경을 필사하고, 성화를 그리려면 어느 정도의 신앙의 깊이가 있어야할까? 바람부는 돌계단을 내려와 터키로 떠난다.

3 터키 파묵칼레
석회암 위로 오랜기간 온천수가 흘러 마치 하얀 목화의 성처럼 보이는 노천온천은 아쉽게도 오늘은 물이 말랐다. 나는 보스턴에서 온 오빠와 손을 꼭 잡고, 아이고 발바닥 아파! 그런데 시원해! 하면서 조심조심 족욕을 하고 클레오파트라 온천목욕탕도 구경하고, 산꼭대기 원형극장을 다녀와 점심은 올리브나무 그늘에서 양갈비를 손으로 뜯으니 제 맛이 난다. 노천온천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 짐을 풀고 문 닫을 때까지 뜨거운 온천물에서 온 몸을 지지며 둥둥 떠다닌다.

4 지중해 휴양도시 안탈리아, 로마유적지 아스펜도스, 에블라나 박물관
고풍적인 안탈리아는 유럽인들로 북적인다.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예쁜 식당들과 작은 가게들, 지중해를 바라보며 먹는 케밥과 맥주, 지중해를 휘저었을 배들이 늘어선 항구는 아직은 조용하다.

5 카파도키아
기기묘묘한 30여개의 석굴교회가 있는 이곳은 모래가 주성분인 사암이라 손톱으로 긁어도 되니 출입문은 작지만 얼마든지 깎아내어 방을 만든다. 약한 부분은 바람에 깎여 외계인 행성같은 버섯모양 계곡을 이루고, 수도사들이 살았던 벌집처럼 구멍 뚫린 출입구와, 달걀 섭취를 위해 키운 비둘기 집들은 섭씨 40도가 넘는 여름엔 시원하고 영하 25도라는 겨울엔 따뜻하다.
동굴속 지하도시는 높은 환기장, 부엌, 외양간, 포도주 저장고로 쓰이고, 기독교 박해가 심할 땐 피난처로도 쓰였다. 동굴호텔은 거칠지만 목욕탕 거실 침실은 널찍하고, 입구와 현관만 벽돌로 마무리한 신비한곳에서 마법사처럼 주문을 외우며 잠을 청한다.


6 열기구
대기권이 가장 안정되는 해뜨기 전에 열기구 출발장소로 모였다. 그날의 풍속에 따라 비행여부가 결정되는데, 신앙심이 돈독한 이들의 기도발에 어제 불던 세찬 바람은 쥐죽은 듯 고요하다. 여기저기서 헬륨가스 넣는 불꽃이 요란하다. 20명 타는 직사각형 바구니에 담겨 둥실 떠오른다. 고소공포증이라던 나는 간데없고 야아! 어머! 감탄을 한다. 여기저기서 떠오르는 백개가 넘는 색색가지 풍선은 태양을 마주하며 아침을 맞이하고 우리는 독수리처럼 둥실둥실 날아다녔다. 1시간쯤 타고 바퀴 달린 컨테이너 위에 내려 샴페인을 터트리고 비행수료증을 소중히 챙긴다.

7 이스탄불, 전차경주장, 블루모스크, 성소피아성당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이스탄불은 고풍스럽고 화려했다. 오스만제국이 세운 파란 타일의 블루모스크에서 하나뿐인 알라신을 대하니 죽은 뒤에 가는 천국보다는 지금 살아있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7계명이 참 좋았다. 성소피아성당은 웅장하고 장엄했으나, 지금은 성당이 아닌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8 벨리댄스
댄서의 무표정한 얼굴을 주목하라는 가이드 설명처럼, 온몸을 관능적으로 흔들며 배와 엉덩이도 술탄의 사랑을 갈구한다. 작은 소극장이라 댄서의 옷에 팁을 줄 수 있고, 그날 밤의 황제도 뽑는데 대개는 혼자인 남자이고 돈 냄새가 나야한다. 몸살 난 마누라를 두고 온 친구 남편은 황제가 되어 기뻐하고, 내 짝꿍은 후보에서 떨어진 주제에도, 틈틈이 남의 살에 돈을 바친다.

9 톱카프와 돌마바체, 지하저수지물궁전, 그랜드바자, 보스포러스해협 유람선 여행
3개의 정원을 지닌 오스만 톱카프궁전과, 마지막 술탄의 거주지인 돌마바체궁전은 화려함의 끝판왕이다. 한국에선 호화아파트엔 대리석을 깔고 미끄러워 그 위에 카펫을 까는데, 좋은 나무가 귀한 이곳은 나무로 만들고 다시 그 위에 금박을 입힌걸 보니 어디서나 남의 떡이 커보인다.

4천개의 상점이 있는 그랜드 바자르는 터키 전통공예품과 꿀로 버무린 온갖 견과류, 강정, 건강식품, 싸구려 짝퉁시장으로 이루어졌지만 멀리 깊숙히 들어가지는 못했다. 커다란 지하 물 궁전엔 다시 오길 바라는 동전이 널려있고, 물속에도 조각상을 세운 규모에 놀란다.
유람선을 타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시아와 유럽을 한 바퀴 돌고나서 다리 위를 걸어가며 낚시를 하는 터키 남자들과 사진도 찍으면서 터키의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10 음식
먹는 것에 진심이지만, 맛있지만 계속 맛나지는 않은 여행지의 음식을 배고픔과 호기심으로 대한다. 그리스에선 건강하지만 아무런 맛이 없는 그릭 요구르트와 여러 종류의 올리브, 치즈, 올리브유, 포도식초를 빵과 야채에 바르고 뿌린 뒤에 우리는 양처럼 옴야, 음매하며 끼니마다 먹었다. 모름지기 고기는 노린내가 나는 게 당연하고 조금 질겨야 씹는 맛이 있다며 나는 입 짧은 앞 사람의 양갈비도 한대 더 해치웠다.

구운 고기 요리라는 뜻의 케밥은 닭, 소, 양을 원기둥 모양으로도 굽고 도자기 항아리에도 굽고 꼬치로도 굽고 갈비로도 구워 야채와 밥과 함께 먹고, 고등어구이를 미국보다 더 많이 먹었다. 이슬람 신자가 대부분인 이곳에선 돼지고기는 구경도 못했고, 호텔 바에서도 술을 팔지 않는다. 호텔에서 젊은이들의 파티가 있기에 살짝 들여다보니 술도 없이 터키 가요에 맞춰 춤추며 잘 논다. 관광지에는 독한 술과 맥주와 포도주는 있지만, 대신 온 국민이 담배를 피우는지 테이블마다 재떨이가 있다. 날씨가 아직은 서늘해서 요리 조리 줄듯 말듯 약 올리는 터키 아이스크림은 못 먹고 대신 맛본 쫄깃쫄깃한 Mano 찰떡 아이스크림은 칼로 썰어 먹는다.

<박명희 / 전 한국학교 교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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