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흡연과 비만만큼이나 건강에 해로운 외로움

2023-05-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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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된다.

지난주 비베크 머시 미국 의무총감(Surgeon General)은 ‘외로움’이 비만 혹은 흡연만큼이나 심각한 공중보건의 도전이라는 주장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머시 총감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쓴 후 내놓은 이 경고는 그동안 마음의 상태로만 취급돼온 외로움이 우울증으로 발전하여 심각한 신체적 질병의 발병을 조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종 사례와 통계를 인용하여 증명하고 있다.

시그나 헬스케어가 2021년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현재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18~24세의 젊은이들이 노년층보다 두 배나 더 외로워하고 있다. 또 이 보고서에 따르면 외로움은 매일 담배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로워서 조기사망 가능성, 심장병, 뇌졸중의 위험을 26~32% 높인다.


지금 미국사회에 번지고 있는 외로움이란 전염병은 지난 3년여 지속된 팬데믹의 나쁜 부산물이다. 그동안 코로나바이러스만 창궐한 것이 아니라 소통 부재의 고립감까지 퍼져나가면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팬데믹 초기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이유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됐기 때문으로, 활동이 줄고 대인관계가 축소된 생활이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사회적 고립감이 깊어진 것이다. 여기에 재정문제, 가정불화, 인플레이션,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의 요인이 더해져 우울감을 더하고 있다.

외로움은 우울증의 다른 말이다. 외로움은 자존감을 좀먹고 정체성을 무너뜨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연결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학교, 교회, 동아리, 커뮤니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고립감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가족, 이웃, 직장동료와 하루 15분만 대화를 나누어도 외로움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소셜미디어 등 테크놀로지에 장시간 몰입하지 말고 사람들과 보내는 여가의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웃을 돕고 자원봉사 하는 것도 강력히 추천되는 사회활동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문제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로, 필요한 경우 주저하지 말고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한다. 누군가에게 괴로움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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