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위 간부들 급여 오르는데 직원들은 정리해고’

2023-05-09 (화) 12:00:00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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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익 줄었지만 인건비 상승, 1분기 급여 전년비 16% 증가

▶ 인력난 심화·고통분담 지적도…“해고 대신 고위직 임금 줄여야”

‘고위 간부들 급여 오르는데 직원들은 정리해고’

한인은행들이 순익이 줄면서 경비절감 차원에서 직원 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행장과 전무 등 고위직 간부의 연봉은 수십만, 수백만달러에 달한다. [한미은행 제공]

‘고위 간부들 급여 오르는데 직원들은 정리해고’

올해 들어 한인 은행들의 영업 이익이 줄어든 가운데 인건비 부담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행장들을 비롯해 고위 임직원들이 하급 직원의 수십배에 달하는 임금을 챙긴 것이 인력 유지 비용을 키운 원인으로 지적된다.

8일 연방금융기관검사위원회(FFEIC)에 따르면 1분기 기준 남가주 6개 한인 은행들(뱅크오브호프, 한미은행, PCB, 오픈뱅크, CBB, US 메트로은행)의 직원 총급여(각종 베네핏 포함)는 1억505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9,059만달러) 대비 16%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급여의 경우 지난해 3만1,510달러에서 올해 3만6,237달러로 증가했다. 한인 은행 직원들이 지난 1분기에 평균적으로 이와 같은 수준의 돈을 급여로 받았다는 의미다. <도표 참조>


한인 은행들의 인건비 증가는 영업이익 감소를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6개 한인 은행들은 지난 1분기 순이익으로 8,92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전년 동기(1억1,192만달러) 대비 20.3% 큰 폭 감소한 것이다. 특히 올해 안에 영업이익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향후 인건비 증가로 인한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인 은행들이 올해 초 정리 해고를 감행하면서 직원 수를 줄였는데 추가 감원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다만 인력 유지 비용 증가의 원인이 고위직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인 선두 은행 뱅크오브호프의 지주사 호프뱅콥이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접수한 정기 주주총회 소집통지서(proxy)에 따르면 케빈 김 행장은 지난해 기본급(104만달러)과 보너스 등으로 총 356만달러를 수령했다. 올해 1분기 수령한 금액은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이를 분기별로 계산해 뱅크오브호프 직원들의 1인당 평균 급여(3만9,150달러)로 나누면 20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은행 지점 최일선에서 일하는 텔러들은 급여가 월 3,000달러 수준에 그치는 점을 고려하면 행장과 같은 고위직들이 챙기는 돈은 80~90배 수준에 달하게 된다.

고위직들의 임금 인상은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바니 이 한미은행 행장의 경우 지난해 총 221만달러를 컴펜세이션으로 받았는데 전년(187만달러) 대비 약 18% 증가했다. PCB뱅크 헨리 김 행장의 경우에도 작년 총 수령 급여가 148만달러로 전년 (82만달러) 대비 80% 가까이 늘어났다. 전무급들을 살펴보면 뱅크오브호프에서 동부지역을 총괄하는 김규성 수석전무가 지난해 총 76만달러를 받아 전년(73만달러) 보다 연봉이 약 4.1% 증가했다. 한미은행에서는 앤서니 김 수석전무가 지난해 64만달러를 챙기면서 전년(57만달러) 대비 연봉이 약 12.3% 증가했다.

이 때문에 한인 은행들이 비용 증가를 이유로 직원을 자르지 말고 고위직 임금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남가주 6개 한인 은행들의 올해 1분기 총 직원수는 2,899명으로 지난해 4분기(2,975명) 대비 76명이 줄어들었다.

하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자 한 발 앞서 직원수 감축을 실시한 결과다. 하지만 케빈 김 뱅크오브호프 행장이 지난해 받은 총급여는 전년 동기(336만달러) 대비 6.1% 증가하는 등 고위직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고위직일수록 천문학적인 거액을 컴팬세이션으로 받는 것은 한인 은행 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업계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도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의 노력은 조직 내에서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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