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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산책] 정열의 가희 이춘희와 함께 (1)

2023-05-05 (금) 정태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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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산책] 정열의 가희 이춘희와 함께 (1)
유고명 의학박사와의 인터뷰 도중 베이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연예인 근황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대화 도중 필자의 귀를 번쩍이는 일이 있었다. 바로 왕년의 가수 ‘이춘희’가 베이지역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필자가 가장 뵙고 싶었던 사람 중의 한 명이라 그녀와 인터뷰할 방법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몇 달이 지나 소식이 없기에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이춘희 친구인 주필재 의학박사를 통해 그녀와 연락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인터뷰 날짜를 잡고 그녀가 살고 있는 산호세 자택을 방문했다. 처음 만나는 순간 필자가 “안녕하세요. 전 왕년에 팬이었습니다”라고 말하자,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약간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의 그녀를 지금도 기억해 주는 팬이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정중하게 맞이해 주었다. 사실 필자가 그녀의 노래를 라디오 방송으로 들은 시기가 1961-1962년 정도인데 약 60년이 지난 후 이렇게 뵈니 감개무량할 뿐이다. 필자는 그녀가 당시 KBS 방송국에서 부른 ‘Malagueña, ‘Quien Sera’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팝송과 샹송 음악만 익숙한 국내 팬들에게 그 시절에 생소한 라틴 음악을 주로 불러 독보적인 활동을 하여 인상 깊었고, ‘Malagueña’를 너무 잘 불러 필자는 지금도 그때의 감흥을 잊지 못한다.

-가수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부터 노래하기를 좋아해 서울 예고에 진학했다. 서울 예고 2학년 재학 중 주위의 권유로 KBS 방송국 전속가수 모집에 참가하여 당당히 합격했으나 학생 신분이라 학교 졸업 후에나 입사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랐다. 따라서 첫 무대는 학교 졸업 후 1958년 3월 25일 시공간(지금의 명동 국립 극장)에서 시작했다. 스타의 밤 이란 타이틀로 무대를 꾸몄다.

-첫 무대에서 노래한 곡은 평생에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데 어떤 노래인지?
▶지금도 그 순간 그 장면이 생생히 떠오른다. 두 곡을 노래했는데 유명한 밴드 지휘자 Benny Goodman이 작곡한 Memories Of You와 Bert Lancaster가 주연한 영화 주제곡 Rose Tatoo였다. 하모니카 교향악단이 연주를 담당했고 당시 함께 무대에 선 가수로는 황금심과 송민도가 생각난다.


-노래한 두 곡 모두 18세 나이에 소화하기 어려운 노래인데 어떻게 감정 처리를 잘할 수 있었는지?
▶마산고 음악선생을 했었던 한동훈이란 분이 있었는데 그가 가수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연습시켜 주고 많은 가이드 역할을 했다. 노래할 선곡도 그분이 해줘 그의 요청대로 노래했었고 클래식으로 다듬어진 목소리라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첫 무대 이후 진로는?
▶첫 시작은 미 8군 무대였다. 급여는 월 2회 지불했는데 2주 후 급여를 받으러 갔는데 내 급여를 매니저가 먼저 받아 갔다고 하더군요. 너무 어이가 없어 미 8군 무대는 그만뒀다. 그런 후 무교동 있는 ‘미쓰 싸롱’이란 업소에 상당한 계약금을 받고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 계약금으로 삼선교에 집을 구매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업주 사장은 가수 박달마의 남편이었는데 나한테 너무 잘해주어 평생 감사를 느끼고 있다.

-아메리칸 스탠다드 발라드 가수로 시작했는데 라틴 음악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업소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박준영이란 분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분이 제가 클래식을 전공했으니 라틴 송을 부르면 좋을 것 같다고 권유하길래 호기심도 있고 남들이 하지 않고 있는 새로운 분야이기에 시도해 봤다. 그가 일본에서 구입한 악보를 건네주어 그것으로 열심히 연습하여 노래했는데 나의 성향과 잘 어울려 빛을 본 것 같다.

-라틴 음악 중 어떤 곡을 많이 노래했는가?
▶“Quen Sera, Quizas, Quizas, Quizas, Malagueña, Granada 등이다. 이 중 멜로디가 쉽고 경쾌한 리듬의 Quen Sera를 팬들이 가장 좋아했었다. (계속)

<정태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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