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이 기원
▶ 지역적 기후와 날씨 맞춰 진화 거듭해
인형집을 연상시키는 빅토리안 주택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로이터]
목장 등 넓은 부지에 단층 형태 지어진 랜치 하우스는 미국 주택을 대표한다. [로이터]
패션에만 스타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각각 저마다의 스타일이 있다. 한국의‘성냥갑’ 아파트와 달리 미국은 집을 지을 대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건축 양식이 적용된다. 미국의 주택 건축 양식은 영국과 같은 유럽 국가에서 도입된 건축 양식이 대부분이며 기후와 날씨 등 지역적 특성에 맞춰 진화해 왔다.
◇ ‘케이프 코드’(Cape Cod)
이름이 말해주듯 메서추세츠주의 케이프 코드에서 시작된 주택 건축 양식이다. 케이프 코드는 북동부 5개 주를 일컫는 뉴잉글랜드 주민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청교도가 처음 정착한 지역이기도 하다.
케이프코드 주택은 겸손하고 경제적 관념이 투철했던 청교도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건축 양식으로 초기 식민지 주민이 영국 ‘코티지’(Cottage) 주택 형태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케이프 코드는 경사가 가파른 지붕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붕이 건물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상단을 덮고 있는데 눈과 비가 많은 북동부 지역 기후를 견디기 위한 건축 양식이다.
가파른 지붕 내부에는 다락방 형태의 2층 침실이 있고 지붕을 뚫어 창문을 세로로 냈다. 초기 케이프코드 주택은 마감처리 되지 않는 향나무를 지붕널 재료로 사용했는데 이는 폭풍이 잦은 겨울철 날씨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다.
◇ ‘콜로니얼’(Colonial)
규모가 작은 주택도 마치 저택처럼 보이게 하는 건축 양식이다. 상하좌우가 정확한 조화를 이룬 대칭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전형적인 콜로니얼 주택은 건물 중앙에 출입문이 있고 그 양쪽에 같은 크기의 창문이 2개씩 모두 4개 나 있다. 1층 창문과 지붕 사이에도 같은 크기의 창문 5개가 설치돼 실내 채광이 좋다.
1700년대부터 유행처럼 짓기 시작한 콜로니얼 주택은 현재까지도 신규 주택 단지에서 자주 인용되는 디자인 중 하나다. 건축 자재로는 나무나 벽돌이 주로 사용되는 데 간결한 ‘박스’ 스타일의 콜로니얼 주택 건축에 가장 적합한 자재이기 때문이다. 콜로니얼 주택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 ‘빅토리안’(Victorian)
이름 그대로 영국 빅토리아 여왕 재위 시절(1837-1901) 처음 등장한 주택 건축 양식이다. 실용적인 건축 양식이 대세였던 당시 빅토리안 주택에는 실용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고 싶은 욕구가 담겼다.
현재에도 많이 사랑받는 건축 양식으로 주로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과 남부 지역에서 많이 지어졌다. 빅토리안 주택은 인형 집을 연상하면 그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빅토리안 주택은 콜로니얼 주택과 정반대로 비대칭적인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붕 날개가 마치 하늘로 날아갈 듯 여러 방향으로 나 있다.
무늬가 있는 벽돌, 가파른 지붕선, 정교한 건물선 등 건물 곳곳에 장인 정신이 깃든 건축 양식이다. 건물 외벽도 알록달록한 밝은색을 칠하는 경우가 많고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건축 양식이기도 하다.
◇ ‘튜더’(Tudor)
튜더 주택은 동화책 삽화에 자주 등장하는 고풍스러운 주택을 떠올리면 된다. 1485년~1603년 영국을 다스렸던 튜더 왕가가 처음 지은 주택으로 미국에서는 1920년대부터 지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벽돌로 지어진 튜더 주택은 하늘을 찌를 듯한 뾰족한 정면 지붕이 특징이다. 여기에 큼지막한 굴뚝이 건물 측면에 설치되어 있다면 전형적인 튜더 주택으로 볼 수 있다.
실내 천장에는 목재 천장보가 설치되어 층고가 높고 실내 벽재로는 흰색 스터코를 사용할 때가 많다. 입구 문 상단은 아치형의 둥근 모양이고 창문은 문설주가 설치된 여닫이 창문이다. 튜더 주택은 저택 건축 시 주로 적용된 양식으로 행콕파크에 있는 LA 시장 공식 사저인 게티 하우스가 대표적인 튜더 하우스다.
◇ ‘랜치’(Ranch)
‘미국 집’을 대표하는 주택 건축 양식이 바로 랜치다. 랜치형 주택은 도심 외곽 지역 개발과 함께 전국적으로 퍼지는 주택 형태다. 도심에 비해 넓고 저렴한 부지에 큰 집을 지어 살면서 도시로 출퇴근하는 수요에 딱 맞는 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랜치는 목장을 의미하는 단어지만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난 외곽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단층 주택 형태로 ‘L’ 또는 ‘U’ 자형 구조로 지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부분 랜치 주택은 넓은 부지 한 가운데 대규모 건평을 자랑한다.
랜치 주택은 1930년대 유럽, 특히 영국형 주택 양식의 대안으로 처음 소개됐다. 유럽형 주택은 대부분 2층으로 수직형인 반면 랜치 주택은 수평으로 넓게 퍼진 형태다. 편안한 목가적 삶을 추구하는 주택 소유주들이 많이 찾는 랜치 주택은 야외 활동에 적합한 구조로 유럽형 주택에 비해 지붕이 낮은 편이다.
◇ ‘벙갈로우’(Bugalow)
벙갈로우란 단어의 기원은 18세기 인도다. 인도의 벵갈 지역에서 작은 단층 초가집 형태를 부를 때 ‘뱅글라’(Bangla) 또는 ‘뱅갈라’(Bangala)라고 부르던 것이 기원이다. 인도 식민국인 인도가 기원인 주택 형태가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넘어와 벙갈로우 주택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인도와 달리 미국에 자리 잡은 벙갈로우는 초가지붕은 없지만 대개 작은 단층집 또는 다락방 정도를 둔 소형 주택이다.
벙갈로우는 단층집인 데다 지붕도 낮은 편이다. 지붕 서까래가 밖으로 드러난 것이 특징이고 1.5층짜리 건물 형태도 있다. 벙갈로우 양식은 최근까지 새집 디자인으로 많이 활용되는 건축 양식이며 손님맞이용 ‘포치’(Porch)가 필수 요소다. 포치는 입구 외부에 지붕을 둔 실외 현관으로 이곳에 벤치 등을 두고 손님을 맞이할 때 사용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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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