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택근무·금리인상 여파 오피스 렌트 수요도 ‘뚝’
▶ LA 다운타운 대형빌딩들 공실률 20% 훌쩍 넘어

LA 다운타운 오피스 빌딩들의 공실률이 급증하면서 사무용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투자그룹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777 타워 모습. [박상혁 기자]
LA 다운타운에 개스컴퍼니 타워와 777 타워를 소유하고 있는 캐나다 투자그룹 브룩필드 프로퍼티스는 최근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은행 대출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LA 다운타운 초고층 오피스 빌딩숲의 상징과도 같은 빌딩들이 부도를 낸 것이다. 이들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브룩필드가 부도를 낸 것은 사무실 공실률이 20%대를 넘어서고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건물에 대한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 금융지구 중심가에 위치한 22층짜리 빌딩의 건물 가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만해도 3억 달러에 달했으나 오피스 시장 침체에 최근 6,000만 달러에 급매물로 나왔다. 4년새 무려 80%나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이처럼 LA를 비롯한 미국 대도시의 오피스 부동산 시장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며 월스트릿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사무용 부동산 시장의 깊은 침체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언론들이 분석한 사무용 부동산 침체의 주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일상화된 재택근무의 여파다. 팬데믹 이후 사무실 복귀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실시되고 있는 것도 대도시 사무용 건물 시장의 침체에 일조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쿠쉬맨 &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1분기 현재 미국내 사무용 건물의 공실률은 18.6%에 달하고 있다. 이는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특히 LA와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카고, 워싱턴DC 등 대도시 지역의 사무용 부동산 시장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LA 지역 경제개발위원회(LAEDC)은 올해 LA 다운타운의 사무실 공실률이 미국 평균을 웃도는 23%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사무실 임대 수요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부동산 전문매체인 더 리얼 딜은 지난 1분기 LA 사무실 임대 시장의 임대 규모를 약 220만스퀘어피트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37% 줄어든 것이고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하면 40% 감소한 수치다.
이같은 상황은 LA 한인타운의 윌셔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무실 공실률이 계속 상승하고 임대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무용 건물의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 전환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사무용 건물의 공실률 증가와 임대시장 침체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분석업체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미국 내 사무용 건물 가격은 지난해 1월 이후 25% 가량 하락한 상태다.
건물주가 사무용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이자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임대 수요가 줄자 건물주들 수익이 급감해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 탓이다.
미국의 대형은행 웰스파고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중 원금과 이자 상환에 문제가 발생한 불량 대출규모는 지난해 1분기 1억8,600만달러에서 4분기 7억2,500만달러로 급증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회사인 트렙은 올 한해 건물주들이 융자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재융자를 하려는 금액은 1,370억달러, 앞으로 4년간 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무용 부동산 시장 침체는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