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탈 재산으로 부 일궈”잇단 증언
▶ 수익 일부 기부 불구‘나치논란’
세계 4대 경매회사인 영국 ‘크리스티스’가 5월 옥션에 희귀 매물을 내놓는다. 억만장자 남편으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3,410억 원)를 상속받은 하이디 호르텐의 주얼리 컬렉션이 그것이다. 남편의 가문이 나치가 유대인으로부터 갈취한 돈으로 부를 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과거사 논쟁에 불을 댕겼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오스트리아인 하이디 호르텐의 보석 경매가 ‘나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사망한 하이디의 장신구 700여 점이 출품되는데, 총 낙찰가는 1억5,000만 달러(약 2,011억5,000만 원)로 점쳐진다. 10년간 ‘가장 비싼 보석 경매’ 타이틀을 보유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기록(1억1,600만 달러)이 깨질 수 있다.
문제는 하이디의 남편인 독일 억만장자 헬무트 호르텐과 나치의 연관성이다. 독일에서 네 번째로 큰 백화점 체인을 소유했던 헬무트가 1987년 사망한 뒤 나치가 강제로 매각시킨 유대인 기업 자본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930년대 시행된 유대인 재산몰수 정책인 ‘아리안화(Aryanization)’는 나치 영토에서 유대인이 소유한 기업을 헐값에 넘기게 했다. 유대인들이 빼앗긴 기업의 수는 수십만 개이고, 몰수된 기업 가치는 최소 2,300억 달러(308조4,300억 원)로 추산된다.
헬무트도 그 덕을 봤다. 나치 출신 억만장자에 대한 책을 쓴 탐사보도 전문 기자 데이비드 드 용은 “27세의 헬무트는 1936년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유대인 사업가가 운영 중이던 ‘알스버그’ 백화점 등을 65% 이상 할인된 가격에 사들였다”고 말했다. 하이디가 상속받은 돈과 그의 보석 컬렉션이 유대인으로부터 약탈한 재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이디는 ‘호르텐 자선재단’을 통해 경매 수익금을 박물관 운영과 의료연구에 기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