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대통령 연방 상·하원 합동 연설 현장
▶ 10년 만에 대한민국 대통령 7번째 의회 연단, ‘자유’ 46번 언급 “미국의 영웅들 영원히 기억”…“BTS보다 의회 먼저 왔다” 애드리브… 웃음

26일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팝송‘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노래 실력에 깜짝 놀라며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워싱턴 DC의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영어로 행한 연설에서 한미동맹의 청사진으로‘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을 강조하며,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는 키워드로‘자유’를 제시했다.‘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으로 명명된 43분간의 연설에서‘자유’는 46번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주요 내용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허위선동의 문제 ▲북한의 도발과 인권 억압 문제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 규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한민국의 역할 등을 담았다.
“BTS가 저보다 백악관을 먼저 갔지만, 여기 미 의회에는 다행스럽게도 제가 먼저 왔네요.”
연보라색 넥타이와 행커치프를 착용한 윤 대통령이 이날 영어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자 장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는 없었던 대목으로 일종의 ‘애드리브’였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날 43분간 진행된 연설 도중에는 기립박수 23번을 포함해 총 56번의 박수가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기립박수 도중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연방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일곱 번째, 영어 연설은 이승만과 노태우, 김대중,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의 의미를 한껏 띄웠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에서 숨진 윌리엄 웨버 대령, 존 코니어스 의원, 샘 존슨 의원, 하워드 코블 의원 등을 호명하며 “대한민국은 우리와 함께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미국에서도 사랑받는 K 콘텐츠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문화 콘텐츠는 양국 국민이 국적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더욱 깊은 이해와 우정을 쌓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며 미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한국 영화 ‘미나리’와 ‘기생충’을 그 사례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탑건·어벤져스와 같은 수많은 할리웃 영화가 한국에서 사랑을 받았다”며 “저 또한 탑건 매버릭과 미션 임파서블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미션 임파서블 언급도 당초 원고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이날 연설에는 연방 상·하원 의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의원들은 ‘국빈’으로 방문한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4분간 기립해 박수를 보내며 예우를 표했다. 연단에 올라서도 기립 박수는 이어졌다.
당연직 연방상원의장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연방하원의장도 연단 뒤에 서서 윤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매카시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자, 기립박수가 중단됐고 연설이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미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또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진출하기 시작한 한인들은 그동안 미국 사회 각계에 진출해 한미 우호 협력을 증진하고, 동맹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한국계 미국 의원들을 거명하기도 했다.
미셀 박 스틸·영 김·앤디 김·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을 향해 “세대를 이어온 한미 동맹의 증인”이라고 하자,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공화당 각 두 분씩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연설이 끝난 뒤에도 윤 대통령은 의원들과 악수하며 한동안 본회의장에 머물렀다. 연설문에 사인을 해주거나 의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