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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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

2023-04-28 (금) 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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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思母曲)은 자주 보고 듣는 이야기나 사부곡(思父曲)은 별로, 아니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사부곡(思夫曲)은 비교적 자주 들어온 것 같다. 망부석(望夫石)이 됐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인간사 회자정리의 일환이라 하지만 때론 너무 애처로운 사연들이 있음에 가슴이 저려지고 뭉클해진다. 어머니를 잃은 자식, 지아비를 잃은 청상과부, 돌아오지 못하는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다 돌덩이로 변했다는 애처로운 이야기다. 노르웨이 한 작은 마을, 사랑하는 젊은 신혼부부의 아름답지만 눈물겨운, 한평생 애처로웠던 그리움의 삶을 노래한 것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에드바르 그리그가 작곡한 ‘솔베이지의 노래’ 사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노르웨이 작은 산골마을에 가난했으나 사랑하는 처녀(Solveig 솔베이지), 총각(Peer Gynt 페르귄트)이 혼인을 했다. 신랑은 돈 벌러 외국에 나가 10년 동안 열심히 일해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귀향 중 해적들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고향에 돌아왔으나 차마 부인을 만나지 못하고 되돌아 외국에 나갔다가 빈털털이 신세와 늙고 병약해진 몸으로 고향에 다시 온다.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에서 백발의 할머니가 된 아름다웠던 부인이 어두컴컴한 등잔불 아래에서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솔베이지와 페르귄트는 마침내 눈물의 상봉을 하며 그녀의 무릎에 안겨 마지막 숨을 거둔다. 이내 솔베이지도 남편의 뒤를 따른다.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극작가 입센의 극시에 그리그가 곡을 붙여 세계인의 애창곡이 된 것이 바로 솔베이지의 노래이다.

얼마 전 친구 어머님 소천 소식이 단체 카톡방에 올라왔다. 100세 플러스, 그야말로 천수를 누리고 소천하신 분이다. 45세에 홀로 되었으나 자손들을 묵묵히 잘 키우신 훌륭한 분이셨다. 그럴수록 자손들의 심정은 겉으론 태연한 척 웃지만 더욱 애가 끊어지게 슬프리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어머님이 그리워지리라.

우린 아름다우면서도 애달프게 슬픈 이야기들을 접하며 늙어감이 아니라 매일매일 보다 더 철이 들어가며 성숙해짐을 안다. 가슴이 이렇게 시릴 줄이야.

<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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