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는 날
2023-04-22 (토)
이보람 수필가
오늘은 아이들의 수영 레슨이 있는 날이다. 집에 수영장이 있다 보니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여 어렸을 때부터 수영만큼은 배워놔야겠다는 생각에 8개월의 막내와 두 살짜리 큰 딸 두 녀석을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 강습에 등록했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부모가 동반하여 물속에 들어가야 한다. 덩달아 나와 남편도 월요일, 수요일이면 수영하러 갈 준비로 분주해진다.
바쁜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당번을 정해 수영장으로 따라나선다. 혼자 제 발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아이를 준비시켜 데려가는 일도 손이 많이 가지만 아이들 수영이 끝나고 나면 나와 남편도 홀딱 젖기 때문에 밖에서 아이를 받아주고 우리 부부가 대충이라도 물기를 닦을 동안 옆에서 도와줄 손길이 필요하다. 고작 30분 수업에 어른 세 명이 달라붙어야 한다니 누가 보면 수영 선수를 키우는 줄 알지도 모른다.
수영장에 샤워실이 있지만 천방지축 큰 아이와 걷지도 못하는 작은 아이를 한꺼번에 씻겨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들 물기만 대충 닦여 차에 그대로 태운다.
집으로 곧장 달려와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목욕물을 받고 다시 차로 돌아온다. 애아빠와 아이 한 명 한 명씩 카시트에서 내려 탕 속으로 직행한다. 나도 수영복 바람으로 두 아이와 함께 들어간다. 작은 아이를 먼저 휘리릭 씻겨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남편에게 전달하면 남편이 미리 준비해 놓은 기저귀와 잠옷을 입힌다. 큰 아이를 내가 또 씻겨 애아빠를 부른다. 이번 타자 나가! 그럼 남편이 양손에 수건을 펴 들고 큰 애를 받아 나간다. 나는 그때부터 초스피드로 샤워를 하고 나가 애아빠가 씻을 수 있게 바통 터치를 해준다. 남편은 그제야 샤워를 하러 들어간다.
네 사람이 수영을 하고 왔으니 빨랫감이 산더미다. 수영장물은 락스기가 있으니 바로 빨래를 해야 한다. 빨래를 모아 세탁기에 털어 넣고 세탁을 시작한다.
그 사이에 아이들을 하나하나 눕혀 재우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오늘 배운 것을 복습이라도 하는 듯 침대 위에서 발차기를 해댄다. 잠시 후 물놀이가 피곤했는지 아이들이 어느새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깜빡하면 나도 같이 잠들뻔했다. 살금살금 방을 빠져나와 빨래를 다시 드라이어에 넣는다. 드라이어가 돌아갈 때까지 카톡 가족방에 올라온 아이들 수영 사진들과 동영상을 하나씩 살펴본다. 아버님이 아까 물 밖에서 찍어주신 것들이다. 아이들이 물장구치는 모습, 물속에서 까르르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방금 전까지는 몸이 천근만근이었는데 피로가 가신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진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뼈저리게 실감하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혼자 밖에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들을 보면 자꾸 뒤돌아 보게 된다. 유아차를 끌고 들어 가는데 문을 잡아줘야 하지 않을까 애들보다 정신없어 뭐 떨어트린 것은 없는지 손이 모자라 도움이 필요하진 않은지 살핀다. 내 코가 석자인데 애엄마들만 보면 그렇게 마음이 쓰인다.
벌써 12시가 넘었다. 오늘 지나고 내일이면 또 수영 강습이 있는 날이다. 한동안 이렇게 온 식구가 동원된 수영장 나들이가 지속될 예정이다. 또 하나의 우리 가족 추억 보따리가 채워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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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