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다.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넓어서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놓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악행을 저지르면 언젠가는 반드시 벌을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천망불루’는 종국에는 사필귀정으로 이어진다.
‘연쇄 사법 리스크’의 늪에 빠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하늘의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검찰이 이달 22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혐의로 이 대표를 기소하자 궁금증이 더 증폭됐다.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대표의 기소는 이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대선 자금 수수, 백현동 개발 특혜, 쌍방울 대북 송금,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 등 전방위로 수사를 받고 있어 이 가운데 일부 혐의로 또 기소될 공산이 크다. 최근에는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선거법 위반 재판과 관련해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이 수사 대상에 추가됐다.
제1야당 대표가 10여 가지 의혹으로 사법 심판대에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보통의 정치인이 이 같은 ‘종합 세트’ 의혹에 휩싸였다면 법망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 대표나 국회의원 같은 갑옷을 입고 온갖 특권을 ‘방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불체포특권을 악용한 사례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고 규정했지만 당무위원회는 ‘정치 탄압’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 대표의 당직을 유지시켰다.
공정과 정의·상식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려면 수사기관뿐 아니라 사법부도 바로 서야 한다. 특히 최종 심판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독립성·중립성·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난주에 헌법재판소는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꼼수 처리를 눈감아주는 결정을 함으로써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
헌재는 위장 탈당 등 편법과 꼼수를 동원한 민주당의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법안 통과 자체는 유효하다고 했다. 헌재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결론을 내리니 여권에서 “커닝해도 시험은 유효하다는 식의 황당한 궤변”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헌재 결정 과정에서 재판관들의 입장은 정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헌법재판관 9명 중 검수완박법이 유효라는 입장을 밝힌 5명은 진보 또는 좌파 성향이라는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민변 출신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문형배·김기영·이석태·이미선 재판관이 바로 그들이다. 특정 단체 출신이 스크럼을 짜듯이 같은 논리를 펴니 헌재가 ‘기울어진 정치 재판소’라는 쓴소리를 듣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도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선거 토론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해 이 대표의 대선 출마 길을 열어줬다.
현재 대법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13명의 대법관 중 8명이 진보·좌파 성향일 정도로 기울어져 있다. 이 가운데 7명은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민변 출신이다. 이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새 대법원장 후보를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27일 발의했다. 올해 9월 물러나는 김 대법원장 주도로 후보추천위를 구성함으로써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흔들려는 것이다.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에 대한 추천권도 행사한다. 민주당이 자당(自黨)에 기울어진 대법원과 헌재 체제를 고수하기 위해 꼼수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라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11조 정신을 실현하려면 ‘천라지망(天羅地網·하늘의 그물과 땅의 그물)’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법치의 마지막 보루인 헌재와 대법원을 조속히 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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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실장·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