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링컨은 어떻게 우울증을 치유했는가

2023-03-31 (금) 김창만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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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과 40대 초반에 링컨은 자주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는 필요할 때마다 사람들과 교제하는 확실한 방법을 알고 있었다. 링컨은 법률사무소에서 자주 우울한 증세를 보였다고 기록한 헌든은 그 우울증이 끝나는 순간 링컨이 자신을 추스르면서 방 안을 오르내리며 웃기는 이야기를 했고, 그러면 그의 주름진 얼굴에서 검은 구름이 사라졌다고 썼다.

가만히 앉아있을 때 링컨의 얼굴은 몹시 차가운 인상이었다. 그러나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의 눈은 반짝거리고 얼굴은 온갖 표정으로 이야기 속 인물의 분위기를 전달하려고 애썼다. 링컨은 유머를 사용해 자신의 우울증에 대응했고, 자신의 우울증을 바탕으로 하여 유머에 뿌리내린 세계관을 정립했다.” <조수아 생크의 ‘Lincoln’s Melancholy’ 중에서>

링컨이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의 일이다. 링컨은 경쟁자 스티븐 더글러스와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더글러스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여러분, 링컨 씨가 스프링필드에서 식료품을 가게를 할 때 주법을 어기고 술을 판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상원의원이 될 수 있습니까.”


링컨이 말했다. “여러분, 더글러스 씨가 한 말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때 저의 식료품 상점의 최고의 고객은 바로 더글러스 씨였습니다.” 청중들은 이 말을 듣고 배꼽을 잡고 폭소를 터트렸다. 웃음이 진정될 무렵에 링컨은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지금 그 상점을 하고 있지 않지만 더글러스 씨는 지금도 그 상점의 최고의 고객이랍니다.” 청중들은 웃느라고 허리를 펴지 못했다. 그날 토론회는 링컨의 쾌승으로 끝났다.

다윗과 사울을 보라. 그들은 같은 시대, 같은 환경 가운데 살았지만 다윗은 유머와 은유가 충만한 삶을 살았고, 사울은 절벽에서 급하게 떨어지는 폭포같이 다급하고 직선적인 삶을 살았다. 다윗은 사울을 볼 때마다 여유와 자비가 넘쳤고, 사울은 다윗을 볼 때마다 거칠고 급하고 네가티브가 넘쳤다. 유대 민족은 유머가 풍부하다. 노예로 전락한 바벨론 유배 기간 중에도, 나치 정권의 기세가 등등하던 때에도, 유대 민족은 유머를 잃지 않았다.

한국 사람은 유머가 부족한 편이다. 그 중 정치인들은 유머가 가뭄의 대지처럼 메말랐다. 남의 신상을 털어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네거티브 정치술에 익숙하다보니 한국 정치인들은 유머와 담을 쌓았다. 당신은 리더인가. 다윗과 링컨처럼 유머의 대가가 되라.

<김창만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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