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풀러튼 참전 용사비 명소로 부상

2023-03-30 (목) 문태기 OC지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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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튼 힐크레스트 공원 입구에 들어서 있는 ‘한국전 미군 참전 용사 기념비’는 12년전 오렌지카운티 한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초창기에는 지지부진하고 별다른 호응이 없었다. 뜻있는 오렌지카운티 한인들만 관심을 가졌던 이 프로젝트는 건립 기금 모금이 잘 되지 않아 사장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념비 건립위원회 위원들은 꺼져가던 불씨를 잘 살려서 2021년 11월 11일 마침내 완공하고 준공식을 가졌다.

당초 계획했던 것에 비해서 규모는 축소되었지만 이 기념비는 한국전 참전 희생 미군들에 대한 감사와 ‘보은의 마음’, ‘한미동맹 강화’라는 취지로 시작해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프로젝트 참여 인사들은 만족하는 분위기이었다.


이 기념비는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지 않은 풀러튼 외곽 공원 입구에 자리 잡고 있어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뜸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과연 이 기념비를 찾는 발길이 이어질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었다.

하지만 이 기념비가 들어선 후 소식을 들은 인근에 거주하는 한국전 참전 용사 가족들이 맨 먼저 기념비를 방문해 새겨진 부모 또는 조부모의 이름을 찾아서 어루만지는 등 뜨거운 반응이 감지되었다.

그 이후 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단체와 한국 방문객 등 다양한 계층에서 기념비를 찾았다. 한국의 지자체 또는 시 관계자들이 남가주를 방문하면 의례히 이 기념비에 들러 참배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에나팍 시와 자매도시인 성북구 관계자들과 학생들이 기념비를 방문해 헌화했다. 남가주를 방문할 한국의 거물급 정치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4월 1일 OC동포 간담회를 가진 후 2일에는 기념비를 방문해 헌화식을 가질 예정이다.

당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이 기념비는 ‘잊혀진 전쟁’이라는 한국전의 의미와 교훈을 되새기게 만들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년에는 이 참전 용사 기념비에서 오렌지카운티 해병대 전우회가 처음으로 6.25 행사를 마련했다. 올해에는 7개 한인 단체들이 공동 주최하는 ‘6.25 한국 전쟁에서 OC 세계 한상대회로’행사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6.25 기념식을 겸해서 미군 참전용사 및 한인 재향군인 초청과 함께 한국 문화 체험과 케이 푸드, 케이 팝, 문학 작품 및 미술 작품 공모전, 전통 문화 예술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는 등 작년 6.25 이벤트에 비해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다.


OC한인 커뮤니티는 이 참전 용사 기념비를 잘 활용하자는 분위기인 만큼 앞으로 보다 더 다양한 이벤트들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6.25에 관련된 행사 뿐만아니라 ‘한미동맹’에 관한 프로그램도 마련될 수도 있다.

현재 이 기념비는 화랑 청소년 재단, OC 해병대 전우회, 라이프 리셋 등의 한인 단체들이 순번으로 매주 토요일 자원봉사로 청소하고 있다. 자칫하면 더러워 질 수 있는 기념비의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념비는 5개의 별 모양으로 된 모뉴먼트로 한 개에 10개면으로 1면당 전사자 750명 가량의 이름이 들어갔다. 이 조형물에는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 3만6,591명의 이름이 주별로 구분되어 알파벳 순서로 새겨져 있다. 또 미 육군, 해병대, 해군, 공군, 해안경비대 문장이 새겨진 ‘Korean War Memorial’이라는 대형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이 기념비를 건립해 관리하고 있는 ‘한국전 참전비 위원회’는 방문객들의 편리를 위해서 안내판을 설립할 계획으로 있다. 앞으로 필요한 시설들이 있으면 계속해서 보강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 기념비를 건립에 참여했던 한인 인사들의 기우와는 달리 세운지 1년 5개월된 현 시점에서 보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남가주 뿐만아니라 미 전역, 한국에서도 기념비를 찾고 있을 정도로 벌써부터 알려지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 커뮤니티에서 건립한 이 기념비의 위상은 OC와 남가주를 넘어서 한국뿐만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 기념비가 ‘명소’로 자리잡으면서 ‘한국전 참전비 위원회’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계속해서 많아질 것 같다.

<문태기 OC지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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