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최대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단 예외로 돌릴 때 그 최대 근사치의 답은 9.11사태가 아닐까 싶다.
2001년 9월 11일. 이날 발생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집단 알-카에다의 미국에 대한 파상적 테러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져들게 했다.
미국은 곧바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그리고 2년 후 뒤이어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이 잇단 전쟁은 엄청난 뒤 폭풍을 몰고 왔다.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이 그 하나다. 거리시위의 거센 바람이 이집트, 리비아를 휩쓸면서 장기집권 독재체제들이 잇달아 무너졌다.
9.11 사태로 촉발된 20년 가까운 이 전쟁시기동안 아랍-중동지역은 물론, 전 세계적 규모의 지정학적 변화도 뒤따랐다. 미국이 중동지역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 공산체제 중국이 부상, 결국 미-중 대결구도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19일은 이라크 전쟁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관련해 각종 특집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 중 하나가 이라크전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하는 여론조사다.
이라크 전 개전을 앞둔 2003년 3월17일 발표된 퓨 리서치 여론조사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조치에 대해 미 유권자의 66%가 옳은 결정이란 반응을 보인 것으로 밝혔다.
20년이 지난 오늘날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61%가(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입소스 공동조사)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부정평가를 한 것.
한 때는 ‘악의 축’의 하나인 사담 후세인 제거가 명분이란 점에서 ‘해방전쟁’으로 인식됐다. 그 이라크 전쟁이 ‘숱한 무고한 인명만 희생된 잘못된 전쟁’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사담 후세인 체제 전복은 헬 게이트를 열 것이다.” 전쟁 전 이미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내렸던 경고다.
2003년 3월 19일 밤 ‘충격과 공포’로 명명된 사담 후세인 제거 작전이 전개됐다. 그 군사작전과 함께 예측대로 ‘지옥의 문’이 열렸다. 그 땅에 테러와 극단주의가 급속히 번져간 것이다.
수니와 시아, 회교 양대 종파의 알력은 대규모 유혈사태로 확산됐다. 100만인가, 200만인가. 전쟁에, 또 종파 간 충돌사태로 숨진 이라크 국민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최악의 지옥을 겪고 있는 피해 그룹은 이라크 내의 소수 종교집단, 특히 기독교인들이다. 개전이후 회교 근본주의 테러리스트들의 무차별 공격으로 350여개의 교회가 파괴됐다.
가장 피해가 컸던 때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잔악한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IS)’가 이라크 북부의 중심지인 모술을 점령한 2014년 이후의 기간이다. 기독교인들의 집마다 기독교도를 나타내는 N(Nazaren)자 표시를 한 후 조직적 박해와 함께 인종청소까지 저지른 것.
그 결과 한 때 150여만을 헤아리던 이라크의 기독교 인구는 80%가 감소, 25만으로 추산된다.
이 이라크 기독교도의 주종을 이루는 민족은 칼데아인(성경 구약에는 갈데아인으로 기록)들이다. 이들은 문명의 발상기인 5,500여 년 전부터 메소포타미아지역에 정착해온 원주민 격으로 아람어를 사용하는 등 아랍인들과는 뿌리가 다르다.
기독교인이 이라크 내에서는 거의 멸종 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그렇다. 특정 종교집단 박해 차원을 넘어 인류문명 그 자체에 대한 테러행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수도 사용했다는 아람어 그 언어 자체가 소멸될 위기에 있다. 거기에다가 고대문명의 유산들까지 속속 파괴되고 있어서다.
멸종위기의 이라크 기독교.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대처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