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산행의 계절이다. 숲길을 걷는 봄 산행은 건강에 다양하게 유익하다. 하지만 산을 오르내릴 때 관절 각도ㆍ근육이 평소와 달리 상태로 긴장해 발목·무릎 부상 위험이 크다. 산에 다녀 와서도 무릎이 뻑뻑하거나 시큰거리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봄 산행에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본다.
◇3월 등산 부상, 12~15시에 가장 많이 발생
등산은 걷기·조깅 만큼 한국인이 즐기는 운동이다. 그런데 민첩성이 떨어지는 중ㆍ장년층은 등산으로 부상하기 쉽다.
스포츠안전재단(2019년)에서 실시한 스포츠안전 사고 실태 조사에 따르면 등산·클라이밍 인구 10명 중 7명은 부상을 경험했다. 다친 부위는 발목(45.9%), 무릎(28.1%)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유근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하산할 때는 발목 각도가 족저굴곡이 되므로 발목 인대 손상이 자주 발생하고, 발목을 잡아주는 근육 힘이 약하거나 균형이 잡히지 않으면 발목을 삐기 쉽다”고 했다.
봄 산은 일교차가 큰 탓에 땅이 얼었다녹았다를 반복하고 그늘진 곳에 여전히 빙설이 남아 있다. 햇볕이 드는 등산로도 안심할 수 없다. 살얼음·낙엽에 미끄러지기 쉽다.
특히 중ㆍ장년층은 관절·인대 노화가 시작된 데다 운동량이 적었던 겨울을 보내면서 근육과 인대가 약해져 있을 수 있다. 이때 조금만 부주의하거나 무리했다가는 발목과 무릎에 부상을 입기 쉽다.
울퉁불퉁한 등산로나 나무뿌리, 돌부리 등을 잘못 디뎌 걸려 넘어지거나 언 땅에 미끄러져 접질릴 때 발목 인대가 가동 범위를 벗어나면 발목 부상을 겪게 마련이다.
발목은 그 자체로 안쪽으로 돌아가기 쉬운 구조다. 바깥쪽 부위의 인대 손상이 흔하다. 한 번 삔 발목은 인대가 약해져 발과 발목을 연결하는 뼈가 충돌할 수 있고 발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발목 염좌가 생기면 일정 기간 부목을 대거나 냉찜질로 부기를 가라앉히고 근육 강화 운동으로 늘어난 인대를 원상 회복해야 한다.
하산할 때 더 조심해야 한다. 근육통이나 부상은 내리막길에서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리막길에서 무릎이 구부려지면서 가해지는 하중이 4배 이상 증가한다.
행정안전부 재난 연감에 따르면 2020~2021년 3월 등산 사고 시간대를 보면 점심을 먹고 하산을 시작하는 12~15시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하산 시 주의해야 하는 부상은 반월상 연골판 손상이다. 반월상 연골판은 무릎관절 안쪽과 바깥쪽에서 무릎을 안정시키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경사진 산길을 내려오면서 무릎이 계속 충격을 받거나 미끄러지고 갑자기 방향을 틀다가 부상할 수 있다.
등산 후 무릎 통증이 지속되거나 붓고 뻣뻣한 느낌, 무릎을 구부렸다 펼 때 완전히 펴지지 않고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무릎을 조금만 틀어도 삐걱대는 느낌이 든다. 반월상 연골판은 나이 들수록 탄력이 줄어 외부 충격에 쉽게 찢어질 수 있다.
안치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외부 충격으로 찢어지거나 손상되면 무릎 관절 연골을 보호하는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므로 퇴행성 관절염으로 악화할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스트레칭 필수, 등산화와 스틱 등 장비 챙겨야
봄철 산행에 앞서 발목과 손목, 종아리, 허벅지, 허리 등 전신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 굳어 있던 근육과 인대 유연성을 높여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산을 내려올 때에는 발 밑을 잘 살피고, 급한 경사일수록 걸음 폭을 좁혀 걸어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는 게 좋다.
낮은 산이라도 일반 운동화보다 미끄럼을 방지하는 등산화를 신는다. 등산화는 산길에서 발목을 안정감 있게 잡아주고, 발바닥을 견고하게 받쳐주므로 부상 방지를 위해 신는다.
등산 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급경사나 미끄러운 지형에서 균형을 잡아주고 체중을 분산하는데, 에너지 소모를 10~15% 정도 줄이고 하산 시 충격으로부터 무릎을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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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