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 김 감독.
다큐멘터리‘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속 한 장면. [Greenwich Entertainment 사진 제공]
“제목은 주사위 던지기식으로 정하죠. 3개의 후보를 써넣은 종이를 돌돌 말아 고르는 거에요. 백남준이라면 그랬을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가장 백남준스러운 방식으로 제목이 정해졌다. 오는 24일 뉴욕의 필름 포럼에서 개봉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미공개 영상과 아카이브를 조명한 화제작이다. 지난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백남준 다큐는 바이스 미디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 아만다 김 감독의 데뷔작이다.
아만다 김 감독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예술적이고 개인적인 오디세이에 대한 유희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다. 그는 세상을 흑백으로 보지 않고 하이브리드로 여겼다. 이분법적으로 분류되는 시점에서 그의 관점은 신선하고 고무적이어서 전 세계를 돌며 살아온 백남준의 삶을 낱낱이 추적했다”고 밝혔다.
할리웃 스타 스티븐 연이 나레이션을 맡았고 백남준의 전위적 예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던 멘토 존 케이지, 평생 예술 동지였던 독일 거장 요셉 보이스, 함께 연주 퍼포먼스를 벌였던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 오노 요코, 데이빗 보위, 필립 글래스, 로리 앤더슨, 전위파 시인 알렌 긴즈버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 백남준 예술의 최고 전문가인 기획자 존 행하르트 등이 등장한다.
특히,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백남준과 동시대를 보낸 거장의 생전 인터뷰와 더불어 백남준의 작업 비하인드 영상이 포함돼있다. 김 감독은 “비디오 아트를 통해 백남준은 분열이 아닌 더 나은 소통과 글로벌 커넥션을 위해 기술이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했다. 비디오 아트를 통해 일렉트로닉 에스페란토(만인 평등)을 창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남준은 일제강점기 경성(서울)의 유력 기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이 발발하자 일본으로 피해 유학 생활을 하다 1950년대 말 독일에서 본격적인 예술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고 뉴욕으로 이주해 정착한 뒤 전위예술의 첨단에 섰다. 이 다큐에는 그의 예술적 정수가 담긴 ‘일렉트로닉 수퍼하이웨이’ 설치작 ‘TV 부처’는 물론이고 1965년 뉴욕에서 처음 선보인 ‘달은 가장 오래된 TV’ 등 수 많은 작품들의 제작과정이 담겨있다. 그리고 미디어 아트 거장의 작품 세계는 미래를 내다본 천재 아티스트의 혜안, 소통과 탐구의 수단으로 작용한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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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