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미국 꺾고 WBC 3번째 우승…마지막 타자는 팀동료 트라우트, 161km 강속구로 헛스윙 유도…마지막 결정구는 슬라이더 ‘삼진’
▶ 타율 0.435 2승1세이브에 1.86
오타니로 시작해 오타니로 끝나…대회 MVP도 당연한듯 오타니
오타니 쇼헤이(가운데)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3-2로 승리하고 우승을 확정한 뒤 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21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과 일본의 결승전.
일본이 3-2, 간발의 차로 앞선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에서 이번 대회 최고 스타 오타이 쇼헤이(LA 에인절스)가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앞서 타자로 두 번 출루(3타수 1안타 1볼넷)한 오타니는 슬라이딩으로 더러워진 유니폼을 그대로 입은 채였다. 그는 선두 타자 제프 맥닐(뉴욕 메츠)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무키 베츠(LA 다저스)를 2루수 병살타로 잡고 포효했다.
이어 최고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나왔다. 미국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는 빅리그 최고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와 드라마 같은 맞대결이 성사된 것. 오타니가 시속 161㎞짜리 강속구로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트라우트도 침착하게 볼을 골라내며 풀카운트 접전에 돌입했다. 오타니는 그러나 마지막 결정구로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슬라이더를 구사했고, 트라우트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완벽한 ‘오타니 쇼타임’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오타니도 글러브와 모자를 집어 던지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로써 일본은 대회 전승을 거두며 지난 2006년과 2009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이자 14년 만의 WBC 정상에 올랐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미국은 대회 2연패에 실패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오타니의 몫이었다. 오타니는 이번 대회 타석에선 7경기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9득점 10볼넷으로 맹활약했다. 투수로도 3경기에서 2승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은 1.86이었다.
오타니로 시작해 오타니로 끝난 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오타니는 자신을 삼진으로 처리한 투수가 ‘삼진 공’을 내밀자 웃으며 사인해 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부분 아마추어로 구성된 체코 대표팀에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그가 경기장 쓰레기를 줍는 장면은 SNS에서 널리 회자되는 등 경기장 안팎에서 ‘오타니 미담’은 끊이지 않았다. 오타니는 MVP 수상 후 “(9회 등판 때) 긴장했지만, 다행히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트라우트를 상대해서 다행이었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일본 대표 선수들과 함께해 즐거웠다. 이제 각 팀으로 돌아가야 하니, 외로울 것 같다”고 대표팀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일본뿐 아니라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전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야구가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동력이 돼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다”면서 다른 나라 선수들의 마음을 매만졌다.
일본의 우승으로 끝난 WBC는 3년 뒤인 2026년 봄에 다시 돌아온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결승전에 앞서 “6회 대회는 2026년 3월에 개최한다. (3월이) 완벽하진 않지만 대회를 열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간 WBC 대회 시기를 놓고 △올스타 휴식기 △월드시리즈 이후 등의 주장이 제기됐는데 이를 일축한 것이다. 일부 구단이 스프링캠프 기간과 겹치는 점을 들어 대표팀 차출을 꺼리는 문제도 있었다. 차기 개최지로는 푸에르토리코와 도미니카공화국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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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