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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적 파킨슨병…한국인 위험요인 1위는 운동부족”

2023-03-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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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와 달리 여성 발병률 높아…금연하고 고혈압·비만·골다공증 관리해야”

파킨슨병은 뇌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특정 신경 세포들이 점차 죽어가면서 나타나는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이다. 몸의 떨림과 경직, 느린 동작(서동증), 자세 불안정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질환은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이라는 영국인 의사가 1817년에 발표한 논문(An essay on the shaking palsy)을 통해 그 증상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런 공로를 기리기 위해 그의 생일인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의 날'로 지정됐다.

역사적으로는 아돌프 히틀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무하마드 알리, 로널드 레이건 등의 유명인이 파킨슨병을 앓았다.


11일 국내외 연구 논문을 종합하면, 고령화 추세 속에 파킨슨병 환자가 세계적으로 매년 약 13%씩 급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산한 전 세계 파킨슨병 환자가 현재 600만 명 이상인 만큼 이 추세라면 수년 내로 환자 수가 1천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파킨슨병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게 없고, 근본적인 치료제도 없다. 환자에게는 주로 증상을 완화하고 조절하는 수준의 약물치료가 이뤄진다. 다만, 최신 연구에서 뇌 신경세포(뉴런)의 소멸과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실마리가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파킨슨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을 미리 관리해 발병을 막거나, 발병했다면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게 최선의 전략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고성훈 교수 연구팀은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한국인 고유의 파킨슨병 발병에 관여하는 위험 요인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2002년 국가건강검진 수검자 중 당시 파킨슨병과 치매가 없었던 40세 이상 93만8천635명을 대상으로 2019년까지 파킨슨병 발생 여부를 추적 조사했다.

이 결과 조사 기간 중 1.1%(9천924명)에서 파킨슨병이 발병했다. 파킨슨병 발병률은 2006년 1천 명당 0.56명에서 2018년에는 1.34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발병 연령대는 50세 이하에서 1천 명당 0.19명이었지만, 76~80세에게서는 1천 명당 2.91명으로 급증했다.

또한 남성에게 파킨슨병 발병이 많다는 서구의 분석과 달리 한국내에서는 여성(1천 명당 1.05명)이 남성(1천 명당 0.84명)보다 발병률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한국인 여성 고유의 유전적·호르몬적 요인과 함께 190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여성들의 영양 불균형, 과도한 가사 노동, 남성 대비 긴 평균 수명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뇌경색, 심장질환, 우울증, 골다공증, 비만 등이 지목됐다. 이들 질환 모두 독립적으로 파킨슨병 발병에 관여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 연구에서는 특히 파킨슨병 발병을 막을 수 있는 '교정할 수 있는 첫 번째 위험 요인'으로 신체활동 부족이 꼽혔다. 평소 신체활동을 활발히 한다면 파킨슨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고혈압, 비만, 골다공증을 예방·치료하고, 금연하는 것도 파킨슨병에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 중에서도 신체활동의 경우 여러 연구에서 파킨슨병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가 관찰됐다.

국내 한 연구에서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후 일주일에 5회 이상, 한 번에 30분가량 숨이 조금 찰 정도의 중강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 사망률이 20~30%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성훈·고성훈 교수는 "고령화 추세 속에 파킨슨병으로 인한 국가·사회적 부담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파킨슨병을 예방하거나 완치시키는 약이 없는 만큼 평소 적절한 신체활동을 통해 혈관 건강을 해치는 위험 요인들을 조절한다면 파킨슨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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