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고령화 수급자 급증
▶ 기금 납부자 갈수록 감소
▶ 과세 소득 상한선 높여야
▶ 청구 시기 늦출수록 유리

사회보장기금이 2033~2034년에 고갈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사진은 지난 3월 LA 한인타운 윌셔가의 사회보장국 사무실 앞에 민원인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박상혁 기자]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 신탁기금 관리위원회가 18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사회보장기금이 2033년에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불과 1년 전 예측보다도 고갈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재정 구조가 유지될 경우, 2033년이 되면 사회보장 연금 수급액은 자동적으로 23% 삭감되며, 메디케어의 병원 서비스 혜택도 11%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연방 의회가 신탁 기금의 재정 구조를 전면 개편하지 않으면 수천만 명의 수급자들이 큰 폭의 사회보장 급여 삭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 2033~20234년 연금 기금 바닥사회보장 및 메디케어 신탁기금 관리위원회는 2025년 연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사회보장제도가 지급 능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 재정 상태가 지속될 경우 2033년에는 기금이 고갈된다”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예측했던 고갈 시점(사회보장 2035년, 메디케어 2036년)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의회가 관련 법을 개정해 노령연금과 장애보험 기금을 통합할 경우, 사회보장기금 고갈 시점은 2034년으로 소폭 연기될 수 있다.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제도는 연방 예산과는 별개의 신탁기금으로 운영된다. 기금은 고용주와 근로자가 각각 6.2%의 급여세(FICA 세금)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재원이 마련된다. 급여세는 연소득 17만6,100달러까지만 부과되며, 초과 소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에 메디케어 세금으로 1.45%가 추가로 부과되기 때문에, 급여 중 총 7.65%가 신탁기금 재원 용도로 자동 공제된다.
기금 고갈 시점이 갈수록 빨라지는 것은 인구 고령화로 수급자는 급증하는데 기금 납부자는 갈수록 감소해, 수년째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급여세가 계속 걷히는 한 수급자들은 일정 부분 혜택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액수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 수급자는 느는데, 납부자는 줄어신탁기금 관리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법 개정, 경제 전망 하향, 출산율 정체, 병원비 지출 증가 등을 고갈 시점이 앞당겨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먼저,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말, 양당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 사회보장기금 고갈을 최소 6개월 앞당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법은 경찰·교사 등 일부 공무원 출신 퇴직자 300만 명의 연금 수령액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기존의 수급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기금 재정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근로자 임금 전망이 부정적인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근로자 임금 상승률이 기존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신탁기금의 주된 재원인 급여세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신탁기금에 영향을 미치는 출산율 전망도 조정됐다.
신탁기금 관리위원회는 미국의 합계출산율이 현재 1.6명에서 장기적으로 1.9명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그 시점을 기존 2040년에서 2050년으로 10년 늦췄다. 전망대로라면 생산 가능 인구(기금 기여자) 감소가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최근 이민 규제 강화 움직임도 기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이민자들은 평균적으로 출산율이 높고 연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경향이 있어 기금 운영에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메디케어 병원보험(HI) 신탁기금의 경우 2024년 실제 지출이 예상보다 크게 초과하면서 고갈 예상 시점이 3년 앞당겨졌다. 보고서는 향후에도 병원 및 호스피스 진료 비용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미뤄졌던 진료와 수술이 한꺼번에 몰리며 지출이 급증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기금 고갈되면?… 지급액 삭감 불가피사회보장기금이 고갈되더라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급여세를 통해 재정이 조달되기 때문에 연금 지급은 계속되지만 지급액이 자동으로 삭감되기 때문에, 수급자들은 생활비 마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 복지 제도 전문가들은 연금 삭감은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으로, 기금이 고갈될 경우 정치권이 거센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의회가 연금 삭감과 동시에 기금 마련을 위한 세수 확대를 병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17만6,100달러로 설정된 사회보장세 과세 소득 상한선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고 있다.
사회보장연금은 단순히 ‘낸 만큼 받는’ 방식이 아니다. 수급액은 개인의 평생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되지만, ‘소득 재분배’ 성격의 누진 구조로,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지만 고소득층은 덜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낮은 근로자는 평생 납부한 금액에 비해 높은 비율의 연금을 수령하지만 고소득자는 납부액 대비 수령액이 상대적으로 적다.
일부 연구자들은 고소득자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사회보장제도를 주로 저소득 은퇴자들을 위한 안전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미국의 연금 혜택의 경우 노동자의 퇴직 시기가 더 늦고 받는 연금도 적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 최대한 많이 받으려면?… ‘청구 시기’ 늦춰야 사회보장 연금은 평생 소득뿐 아니라 연금을 언제부터 받기 시작하는가에 따라 수령액이 크게 달라진다. 사회보장은 출생 연도에 따라 ‘만기 은퇴 연령’(Full Retirement Age)을 (출생 연도에 따라)66세 또는 67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62세부터 70세 사이 언제든 연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청구 시기를 늦출수록 매달 받는 연금액은 늘어나는 구조다.
예를 들어 70세까지 연금 수령을 미루면 매월 받는 금액이 늘어나지만, 그 전까지는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셈이 된다. 때문에 각 은퇴자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수령 시점을 꼼꼼히 계산해 결정해야 한다.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도 은퇴자들의 연금 수령 시기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초 사회보장국 인력이 대폭 감축되면서 수급자들의 고객 서비스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일부 은퇴자 사이에서 ‘기다리면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연금 수령을 서둘러 청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재정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만기 은퇴 연령까지 기다렸다가 연금을 받는 것이 재정적으로 유리하다고 권고한다. 더 오래 일해야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