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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아트쇼 관람기

2023-03-06 (월) 윤덕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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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아트쇼(Art Show)에 다녀왔다. 올해가 28회인데 한국에서 약 50명의 화가가 14개 갤러리로 참여해서 K-Pop에 이어 K-Art가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관람하면서 화가 몇 분도 직접 만나 본인들의 작품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어 좋았다. 인터넷에 나온 자료로는 12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했고 5일간의 관람객이 약 6만 명이 된다고 한다.

LA 컨벤션센터에 도착하니 출입구 중앙에 한국 갤러리들이 눈에 띄었다. KMJ 아트 갤러리에서 의외의 그림을 만났다. 조영남의 3개 작품인데 ‘극동에서 온 꽃’이라는 두 작품은 화병과 카드 위에 화투장이 만발한 그림이었다. 3년 전 무명화가와 법정 소송까지 간 작품들을 출품한 것 같아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신문에 소개된 추니 박 화가의 ‘페루 안데스의 기억’ 작품이 보였다. 한지에 잉크와 아크릴을 사용하여 안데스 산맥의 높은 산 사이에 흰 구름을 그렸다. 평화롭게 작은 오두막집의 지붕에는 분홍색 꽃이 심겨졌다. 환상적이며 동화 속 풍경같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박기홍 화가의 ‘공존’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세상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시카고 다운타운같이 한 밤중에 불 켜진 고층건물을 배경으로 강가에서 두 마리의 얼룩말이 평화롭게 풀을 뜯어먹는 그림이었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작품도 많았다.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데 X-ray가 투과된 상태를 보여주어 인체의 뼈와 스마트 폰만이 보인다. 어떤 작품은 보이는 각도에 따라 달리보이는 편광 기술을 사용하여 앞에서는 옷을 입고 있지만 45도 정도 지나가서 보면 상의가 탈의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조각품으로는 브라운 색 유리 도자기에 까만 줄무늬를 지문같은 얼룩선을 많이 그려 넣은 낸시 칼란의 작품으로 가격이 1만6,500불이었다. 주위에 관람객이 많아 혹시 잘못 건드려 깨뜨릴까봐 조심스레 지나갔다. 전체적으로 조각품을 많이 볼 수 없었던 이유는 같은 기간에 산타모니카 공항에서 열린 프리즈(Frieze LA)에 많은 조각품들이 출품된 모양이다.

3시간쯤 구경하다보니 다리가 아파 전화기에 있는 앱을 보니 4.6마일을 걸었다고 한다. 전시물들을 살펴보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나 창의성에 놀라고 많은 한인 화가도 만나서 유익했다. 혼자 소풍가는 기분으로 관람을 하고 나니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운 것 같아 뿌듯했다.

<윤덕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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