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안에 있는 오장육부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중요한 장기라 하더라도 우리 몸의 바깥을 두르고 있는 피부와 머리카락이 없이는 건강한 몸으로 완성 될 수 없다.
세층으로 되어있는 피부는 모든 층 합쳐도 두께가 불과 몇 mm인데, 가장 바깥쪽으로 표피층, 그 밑으로 탄력섬유, 콜라겐으로 형성된 진피 층이 있고 여기에 있는 많은 혈관의 수축과 확장을 통해 열손실을 조절하여 체온을 맞춘다. 진피 층에는 땀샘과 수많은 신경, 림프 순환계도 존재한다, 피부의 제일 깊은 층인 피하지방층의 지방 세포들은 열 손상을 방어하고 충격을 흡수하여 몸을 보호하며 영양저장소의 기능을 담당한다. 성인의 평균 피부 무게는 약 5kg, 표면적은 약 2 평방미터나 되는데 근육, 내부 장기, 혈관과 신경을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며, 미생물 침투를 막아주고 땀을 통해 배설작용도 한다. 피부에 있는 털과 손, 발톱도 이 역할을 돕는다. 피부를 통해 우리는 감각을 느낄 수 있고 비타민D를 합성하고 내부 장기의 이상 징후가 피부를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황달이나 빈혈로 인한 피부색 변화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피부의 중요성은 기온이 급격히 변할 때 더욱 실감한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미국의 동북부에서는 한파 주의보, 저체온증과 동상에 대한 경보가 내려졌다. 저체온 증은 체온이 섭씨 35 C 미만으로 떨어지는 상태이고 의식이 혼미하게 되고 지속되면 의식을 잃게 된다. 동상은 피부 및 피하조직이 온도조절을 더 이상 할 수 없어 조직이 얼어서 손상되는 것이다, 초기에는 피부가 붉어지고 통증이나 저림이 있고 악화되면 감각이 사라지고 피부가 창백해지고 최악의 경우 손상 부위를 절단해야 한다.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병원은 왜 그렇게 춥냐고 불평하신다. 병원은 온도가 높아지면 세균 증식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감염 예방을 위해 온도를 낮춘다. 미국 사람들은 몸에 지방이 많고 어릴 때부터 춥게 자라서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은 모양이지만 한국계 사람들은 추워서 난리다. 병보다도 얼어 죽겠다고 들 하신다. 또 응급상황 시 옷을 벗고 조치할 시간이 촉박하기에 속옷도 없이 얇은 가운 하나 달랑 걸치게 하니 더욱 춥다. 수술실에서는 온도도 낮은데 전신마취를 하면 열 생산이 떨어져 저체온증이 생기기 쉬워 더 춥게 느껴질 수 있다. 개복 수술하는 경우에는 배가 열려 장기들이 낮은 온도에 노출되어 체온이 더 떨어지므로 회복실에서는 따뜻한 공기가 나오는 보온용 담요를 사용한다. 피부에서 나오는 머리카락의 역할은 보온 효과이다, 인류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몸의 다른 털들은 축소되고 없어졌지만 머리카락은 풍성하고 긴 털로 남아있다.
얼마 전에 터키, 시리아에서 강진이 났다. 100년 만에 최악의 지진으로 보도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5-35km 두께로 지구 표면에 약 20여개 의 판으로 나뉘어 뜨거운 액체로 되어 있는 지구 내부 위를 떠다니는 형상이며 계속 이동을 한다. 판이 나란히 같은 속도로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문제가 없으나 서로 맞물려 있는 상태에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판의 가장자리 경계면에서 판 사이의 미끄러짐이나 판이 갈라지는 변화가 발생하여 축적되었던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지진이 발생된다. 지구의 지름이 약 1만2,700km 이니, 지구를 우리 몸에 비유하면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 표면은 피부 두께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진이 났다는 것은 지구 몸의 피부가 찢어지고 갈라진 것이다. 지진을 보면서 인간은 피부 위에 있는 얇은 털이나 먼지 같은 연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를 한 몸으로 본다면 우리 몸의 어느 한 부분에서 피부가 찢어지고 피가 나고 염증이 생겼는데 지진의 피해를 직접 안 보았다고, 미국에 사는 우리는 행복하고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끼리끼리 좋은 것을 누릴 때가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사랑할 때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삶의 여유가 있을 때 도울 수 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바쁘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나의 것을 쪼개서 남을 섬기면 이웃들은 진정으로 감동을 받는다. 희생이 담긴 수고와 물질로 지진 후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을 사랑으로 옷 입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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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 내과의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