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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대 퇴직’ 그리고 ‘대 후회’

2023-02-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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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새해가 밝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두 달이 지나간다. 1년째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세기적 재난인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 연초 세상은 뒤숭숭하다. 게다가 주변에서 들리느니 구조조정/감원 소식. 앞날에 대한 불안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1~2년 사이 직장인들의 몸값은 하늘과 땅을 오르내렸다. 팬데믹으로 한동안은 직장에 나가 일하고 싶어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고, 이어 폐쇄조치가 풀리자 그때부터는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팬데믹 중 정부 지원금이며 실업수당이 짭짤해서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데다, 코비드 감염 위험이 발목을 잡아서, 아이들 맡길 데가 마땅치 않아서, 이참에 보다 나은 커리어를 준비하느라 … 취업을 미루는 분위기였다. 기업들은 채용 보너스 등 웃돈을 얹어주며 직원들을 모셔갔다.

이래저래 2021년과 2022년은 ‘대 퇴직(Great Resignation)’의 시기였다. 지난 12월 퇴직한 410만명을 포함, 지난해 미국에서 직장을 그만둔 사람은 무려 5,000만명에 달했다. 거대한 퇴직의 물결이었다.


아울러 병행한 것은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 바람. 직장을 그만 두지는 않으면서 일을 대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직장에 불만이 많거나,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들거나, 팬데믹 중 적은 인력으로 일하다보니 탈진한 경우가 대부분. 해고당하지 않을 만큼만 일할 뿐 도무지 열의가 없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그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빅테크 기업들을 선두로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테슬라, 트위터 등이 줄줄이 대규모 감원 중이다. IT 기업들이 이렇다면 다른 업종들이라고 다를 리 없다. 기업들이 비용절감 모드로 돌아서면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칼자루는 완전히 고용주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이어지는 것이 ‘대 후회(Great Regret)‘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대 퇴직’ 유행에 휩쓸려 이직했던 전문직 종사자들 중 80%가 후회를 하고 있다. 이들 중 옛 일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케이스가 78%, 복귀를 적극 시도한다는 케이스가 68%에 달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새 직장의 처우’ ‘옛 동료들에 대한 그리움’ ‘정 들었던 이전 직장 분위기’ 등이 후회의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후회를 부추기는 것은 경제적 불확실성. 감원 칼바람이 고용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일자리 안전을 위협하면서 ‘대 퇴직’은 ‘대 후회’로 종결되는 분위기이다.

직장인들이 퇴직 바람, 후회 바람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무게 중심이 확실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일 자체가 좋아서 그 일을 하면 처신이 가벼울 수 없다. 봉급이 많아서, 남들 보기에 멋져서, 이력서에 그럴듯해보여서 … 좋아하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한다면 이는 주객전도이다.

“나는 매일 매일이 좋다. 말 그대로 여기서 탭댄스를 추면서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워렌 버핏 회장이다. ‘여기’는 버크셔 해서웨이 사무실. 행복의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가 하는 말은 언제나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이다.

일이 좋으면 열정이 생기고 열정이 있으면 열심히 하게 된다.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생기고 삶에 의미가 생긴다. 이런 저런 바람에 경솔하게 휩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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