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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0만 명 가까이 불면증 치료 받는데…

2023-02-21 (화)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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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인의 10~15% 정도가 불면증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만도 68만4,560명(2021년 기준)이다. 지난해 말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2013년 교황직에서 스스로 사임한 배경에는 불면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숙면은 건강한 삶을 위한 첫 단계이기에 불면증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은 질병은 아니지만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잠을 얼마나 자면 정상일까? 수면 연구가들은 “하루 4~10시간 정도 잠을 자면 충분하다”고 했다. 아기처럼 숙면을 취하면 잠을 조금만 자도 피로가 풀리기 때문에 수면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4시간 정도만 잠을 자도 충분한 사람이 있다. 간혹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다며 낮잠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에는 이른 오후(오후 1~2시경)에 15분 이내로 잠을 자는 게 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 마련인데 이는 절대로 해결책이 아니다. 잠자려고 애를 쓸수록 잠은 멀리 도망가기 때문이다. 졸릴 때에만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20분 넘게 잠들지 못한다면 차라리 졸릴 때까지 기다리다가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뒤척이며 누워 있기를 반복되면 오히려 눕기만 해도 정신만 멀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잠을 청하려고 술 한잔하는 사람도 있다. 영미권에서는 이를 ‘나이트 캡(night cap)’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으로 수면을 유도할 뿐 잠을 중간중간 깨게 만드는 등 수면의 질은 오히려 떨어져 더 피로해진다. 게다가 술을 하루 한 잔 더 마실수록 수면무호흡증에 노출될 위험은 25%씩 증가한다.

나이가 들면서 잠이 없어진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말이다. 나이가 들어도 필요한 수면 시간은 크게 줄지 않는다. 나이 들면서 깊은 잠이 줄어들고 자주 깨다 보니 밤잠은 줄지만 낮잠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밤잠과 낮잠을 합치면 전체 수면의 양은 젊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노년기 불면증은 신체ㆍ정신 질환으로 인해 많이 생기므로 잠자는 시간이 줄면 대수롭게 여겨선 안 된다.

불면에 시달려도 중독 위험 때문에 수면제를 절대 먹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수면제는 환자 증상과 나이 등에 따라 달라진다. 전문의 처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면 불면증 고통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급성 불면증은 ‘수면 유도제(졸피뎀)’가 도움이 된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다만 수면제는 가급적 짧게, 필요한 기간, 최소 용량만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일부 수면제는 내성과 금단 증상으로 인해 중독 위험이 있고, 흔히 쓰이는 졸피뎀 계통 수면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못 잘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잠이 오지 않아 새벽녘에 수면제를 복용한 뒤 인지 기능이 완전히 돌아오기 전인 이른 아침부터 운전하는 것은 위험천만하기에 삼가야 한다.

불면증 극복을 위해서는 수면 습관 개선, 인지 행동 치료, 약물 치료 3가지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 수면 전문가인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불면증 극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처방을 제시했다.

우선, 일찍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는 게 좋다. 불규칙한 수면 습관은 생체시계를 혼란스럽게 해 수면 체계를 흔들기 때문이다.

둘째, 낮에 햇빛을 충분히 쬐도록 한다. 그러면 밤에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돼 쉽게 잠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 1시간 이상 산책하는 게 좋다. 산책은 또한 우울함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셋째, 밤에는 운동하지 않아야 한다. 저녁이나 밤늦게까지 운동하면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므로 잠자기 5~6시간 전에 운동을 끝마쳐야 한다. 운동을 하면 혈압·맥박이 올라가고 각성 호르몬(코티솔)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넷째, 잠을 자려고 무리하게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 침대 가까이에 시계를 두지 말고 잠자야 한다. 시계를 보면 마음만 초조해질 뿐이기 때문이다. 잠자리에 누워서 10분이 지났는데도 잠이 오지 않으면 소파나 의자에 앉아 책이나 TV를 보다가 졸리면 다시 눕는 것이 좋다.

다섯째, 잠자리에 들기 전에 미리 생각을 정리하는 게 좋다. 생각이나 걱정이 많아지면 각성 호르몬(코티솔)을 자극해 잠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잠이 오기 쉬운 몸을 만들어야 한다. 잠자기 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반신욕 등을 하면 숙면에 도움될 수 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스마트폰 앱 ‘솜즈(Somzz)’를 불면증 개선을 위한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했다. 솜즈는 장기간 수면 습관을 기록하고 수면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불면증을 개선한다.

병원에서 불면증을 진단받은 뒤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고, 6~9주 동안 수면 일기 작성과 수면 습관 교육 등 인지 행동 치료를 받는 방식이다.

식약처가 국내 임상 시험 기관 3곳에서 6개월간 진행된 임상 시험 결과를 검토한 결과, 솜즈를 쓴 환자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상 개선이 확인됐다. 임상 시험에 참여한 불면증 환자 절반 정도(46%)가 솜즈를 쓴 뒤 정상군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솜즈가 불면증 환자 치료 기회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숙면에 도움을 주는 멜라토닌이 포함됐다며 판매 중인 식품 중 대다수는 불면증 개선 효과가 없는 것으로 식약처와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나타났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수면 건강 관련 294개 제품을 공동 조사한 결과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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