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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애도하며

2023-02-18 (토) 송윤정 / 금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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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 전이었다. 30톤 무게의 혹등고래가 바닷가에 죽어있는 사진을 보고 ‘애도’하는 글을 썼었다. 아이들과 매해 여름이면 가곤 했던 메릴랜드주 아세티크 섬 모래사장 위에 철썩이는 겨울 파도를 맞으며 죽어있는 모습에 눈물이 쏟아졌었다. 15살 ‘피봇 (Pivot)’이라 이름 붙여진 암혹등고래였다. 혹등고래는 보통 90년을 살 수 있다니, 사람으로 치면 가장 꽃다운 나이에 맞은 죽음과 같았다. 혹등고래는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좋아해 드라마 중간중간 그 영상에 나오기도 했었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바다의 수호천사’라 불리며 다른 고래나 상어에게 쫓기는 물개나 사람을 구해주기도 해 간혹 기사에 실리기도 한다.

올 1월 또다시 아세티크 섬 모래사장 위에 죽어있는 혹등고래 기사가 나왔다. 그것도 며칠 간격으로 두 마리나. 두 번째 혹등고래는 피봇보다도 작아 그보다 더 어린 나이로, 첫 번째는 피봇정도의 나이로 추정했다. 2월 5일 자 NPR에서는 ‘미국 해변에서 발견되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고래’에 대한 보도를 했다. 2016년 이후로 플로리다에서 메인에 이르는 미동부 해안에서 180마리의 혹등고래가 죽은 채 발견됐다 한다. 2023년 들어 한 달 동안 벌써 적어도 일곱 마리의 죽음이 보도됐고, 뉴저지의 경우는 네 마리가 보도되었는데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발견된 숫자와 같다 한다.

공화당 앤디 해리스(Andy Harris) 의원은 “바닷가에 풍력 발전소가 많이 들어선 이후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 당장 풍력 발전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과학자들은 “전통적인 석유 및 가스에 쓰는 지진 공기총은 해저 수 킬로미터를 관통해 에너지가 매우 높고 소리가 아주 큰 반면, 해안 풍력 발전소를 준비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는 고해상도 지구물리학적 기구로 수주에 넣는 음향 에너지의 양이 더 적다”고 반박한다. 한국 옛말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그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데는 시간이 걸릴 듯싶다. 이제까지 밝혀진 것은 몇몇은 커다란 선박 등에 부딪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피봇의 사망원인을 포함한 많은 경우 명확한 그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있다.


그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수질오염과 해수의 온도상승이다. 문제가 산더미처럼 커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나씩 해나가는 것, 전 세계 80억 인구가 제각기 제 할 일을 찾아 해나가야만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았었다. 오줌에 포함된 질소가 화학제품을 통해 세척 과정을 거친 후에도 여전히 물에 남아 조류와 수생 식물의 성장을 증가시키고 이러한 식물이 분해됨에 따라 물속의 필요한 산소 공급을 고갈시켜 수생동물을 죽이고 생태계 순환을 파괴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바이오가스 정화시스템으로 집을 지어야겠다 생각했다. 바이오가스 정화시스템은 하수 및 음식쓰레기 등을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해 바이오가스와 메탄과 같은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 나온 액체는 친환경 비료로 작물 재배에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수 및 쓰레기를 줄여 오염을 줄임과 동시에 바이오가스는 주거에 필요한 전기 및 가열로 활용되고 바이오메탄은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쓰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더해 친환경 비료까지 생산되는 시스템이다.

이를 도입해 보고자 은퇴 후 집을 지으려 사놓은 땅이 소재한 버지니아주 카운티에 문의했다. 또한 메릴랜드 주에도 문의했다. “저희도 과잉 질소로 인한 수질 오염악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주 정부에서 현재 허락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과 소재는 검증된 사례와 기술력을 문서화해 주 정부의 허가를 받은 후에야 도입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답은 한결같았다. 아니 시민과 환경을 위한 일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좋은 방안을 찾고 인센티브를 주며 독려해야 할 판에, 개인에게 이런 책임을 다 지우고 거기에 법규라는 짐까지 떠안으라니! 2년 전에 코비드 상황으로 여행이 자유롭지 못해, 결국 이 특허를 가진 중국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행정의 벽에 부딪혀 포기하고 말았다.

작년 가을 한국에 갔을 때, 서울시에서 공립학교의 화장실을 현대화한다는 보도기사를 읽고 이를 시민 제안 코너에 제안해 보았다. 바이오가스 하수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친환경과 함께 학교에 농작물 재배 공간도 만들어 이 시스템에서 생산되는 비료로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 참여케 함으로 화학 등 교육을 체험으로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를 덧붙였다. 누군가가 검토하기는 했는지도 모르겠다. 회색빛 겨울바다를 등진, 죄없는 어린 혹등고래들의 주검이 무겁게 내 마음을 짓누른다.

<송윤정 / 금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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