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정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정찰풍선에 대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간단히 언급한 채 지나갔다. 파문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일 터이다. 베이징도 미국 측에 유감을 표시한데 이어 국내 언론과 소셜미디어 대한 검열을 통해 중국내 민족주의 세력의 거친 반응을 억제했다.
지난 2001년, 이번과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중국은 국내 언론을 총동원해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당시 미국의 첩보정찰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하면서 전투기 조종사가 사망했다. 중국 당국은 미군 정찰기를 하이난 섬에 강제착륙 시켰고, 승무원 전원을 억류했다. 11일간의 팽팽한 신경전 끝에, 미국은 “유감 서한”을 내놓았고, 중국 측은 이를 워싱턴의 사과 표명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은 곧 억류 중이던 미군 전원을 석방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그 같은 사건을 2001년 당시처럼 신속하고 용이하게 수습하기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우리는 지금 대단히 독특한 역사적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미-중 양국의 지정학적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두 나라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있다. 이번 주 정찰 풍선의 여파 속에 나온 뉴스에 따르면 미-중 상품교역량은 6,900억달러로 코비드-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의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상품에 부과한 관세와 이에 맞선 중국의 보복관세, 중화인민공화국과의 첨단기술 거래를 금지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괄목할만한 기록이 작성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 중 하나는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차원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양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소비자들과 기업들에 의해 결정되는 상업적 차원이다. 이처럼 서로 깊숙이 얽힌 상업적 관계는 지극히 상호의존적이다. 그렇다면 어긋난 목적을 지닌 이들 두 개 영역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인다.
포린 어페어지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은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미국이 경제공황에 빠지지 않고 견딜 수 있도록 도왔다고 지적했다. 당시 중국은 막대한 규모의 미국 국채와 (패니매와 프레딕 맥이 발행한) 주택담보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만약 중국이 이들을 매각했다면 미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침체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 갔을 것이고, 이로 인한 낙진은 전 세계를 뒤덮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채권을 매각하지 않도록 베이징을 설득했고, 실제로 중국은 자국의 재정능력과 구매력을 이용해 세계 경제를 견인했다.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금융위기가 현실화했을 때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찰떡 정책 공조를 기대할 수 없으리라는 우려는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다.
지정학적 긴장은 빠르게 고조될 것이다. 이번 주에는 풍선과 맞비교하기조차 힘든 중대 뉴스가 터져 나왔다. 미국의 핵무기를 관장하는 미합중국 전략사령부는 지상에 고정됐거나 이동이 가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자 중국은 핵무기 증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현재 보유 중인 핵탄두 수는 미국에 뒤지지만, 지난 가을에 나온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수치는 2035년까지 세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금 3개의 주요국가가 엄청난 양의 첨단 핵무기로 무장한 위험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은 우방국으로 둘 모두 미국을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다.
타이완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우리는 타이완을 침공하거나 주변 해협을 봉쇄하기 위한 중국의 장기적인 군사력 증강을 목격하고 있다. 타이완을 둘러싼 단기적 위기가 터질 수도 있다. 케빈 매카시(공화. 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이 자신의 공언한대로 타이완을 직접 방문해 타이완의 독립을 지원하겠다는 도발적인 선언을 한다면 잠재적 위기의 뇌관에 즉시 불이 붙을 것이다.
타이완은 2024년 총통선거를 치른다. 그러나 차이밍원 총통은 중임제한 규정 때문에 출마할 수 없다. 대신 여당은 ‘타이완 독립의 일꾼’을 자처하는 후보를 내세웠다. 아직도 타이완의 국민 정서는 독립보다 경제적 번영을 가능케 만든 모호한 현상유지를 선호한다. 그러나 중국의 위협이 커지면 분위기는 언제건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선 워싱턴과 베이징 모두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막아줄 안전판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미국과 상호군축협정을 체결하지 않았고, 현재 진행 중인 안보관련 협상도 전무하다. 위기관리를 위한 양국 군당국자 대화도, 경제팀 사이의 지속적인 접촉도 없다.
베이징과 워싱턴 사이의 다음번 위기가 정찰풍선보다 크다면 아마도 쉽사리 바람을 빼기 힘들 것이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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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