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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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 장기화, 그리고 북한 트랩

2023-01-30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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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전투에서는 재블린이 있었다. 미군의 3세대 적외선 유도 방식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말이다. 돈바스 전투에서는 155미리 곡사포가 총아로 등장했다. 가을 들어 우크라이나 군이 반격의 총공세를 펼칠 때는 하이마스(차륜형 트럭 기반의 다연장로켓 시스템- HIMARS)가 주역으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 2년째를 맞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춘계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회전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판도를 바꿀 무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관련해 시선은 우크라이나가 기갑장비, 그 중에서도 어떤 주력전차(MPT-Main Battle Tank)를 추가로 도입해 전선에 투입할까에 쏠려왔다.

서방세계의 주요 MPT로는 독일의 ‘레오파르트2’와 미국의 ‘M1 에이브람스’가 꼽혀왔다. ‘이 두 전차는 이미 수많은 실전을 통해 러시아제 주력전차 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이 입증됐다.


‘레오파르트2’의 경우 유럽 각국이 보유한 대수만 2,000이 넘는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기가 그 만큼 수월하고 병참지원에도 무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포린 폴리시지는 여기에다가 또 다른 강력한 다크호스로 한국군의 주력전차 'K2 블랙 팬더(흑표)’를 주목했다.

한국의 현대 로템은 이미 폴란드에 'K2 블랙 팬더‘ 생산라인 구축에 들어갔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무기지원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점 등을 들어 한국의 흑표 전차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

일단은 그동안 주저해왔던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를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바로 뒤이어 미국도 ‘M1 에이브람스’ 전차를 보내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선을 누빌 MPT는 ‘레오파르트2’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발트해 국가들은 진작 전차지원을 공약했다. 이어 독일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스페인, 포르투갈 등도 전차 지원에 동참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선에 조기 투입이 가능한 ‘레오파르트2’전차는 쉽게 300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높아가고 있는 것은 이 나토의 주력전차들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다.

여기에 하나 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미 국방부는 앞으로 2년간 포탄생산을 6배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6.25이후 최대 생산규모다.

공격용 무기인 주력전차지원과 포탄생산 대폭 증가결정. 무엇을 말하나. 러시아 침공저지를 위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전시체제로 전환하는 동시에 '바이든은 전시 대통령(war president)이 됐다'는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해석이다. 과거 스탈린이 동유럽을 잠식해 들어가는 사태와 관련, 나토창설 등을 통해 서방이 대응전선을 구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처럼 공격용 무기를 대여할 경우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불식, ‘방어’에서 ‘공격’으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기조가 바뀌는 데 1년이 걸렸고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는 실지회복을 위해 대대적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주력 전차지원 결정은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러면 어떤 양상으로 이어질까. 서방의 주력전차를 투입했다고 전세가 하루아침 바뀔 것이란 건 지나친 기대다. 1차 세계대전과 흡사한 무한 소모전에 장기화 될 수 있다. 러시아도 정규군 증강에 2차, 3차 동원 등 대대적 공세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전쟁은 단순한 우크라이나 대 러시아간의 전쟁에서 벗어나 나토 대 러시아의 전쟁 양상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러시아가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관련해 한 가지 불길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해 미국을 ‘이길 수 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트리게 하는 전략을 러시아와 그 동맹세력은 구사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제2 전선은 유럽이 아닌 아시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중국문제 전문가 프란시스코 시시의 분석이다.

‘북한 트랩’이라고 할까. 서방의 전략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이 평양을 꼬드겨 한국을 도발해 한반도에 새로운 전선을 열어 관심을 돌리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

그 첫 단계로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여로 시시는 보고 있다.(북한의 김여정이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하겠다는 워싱턴의 결정을 맹비난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일까.)

북한이 도발을 해오면 미국은 자동개입을 할 수 밖에 없고 이기든 지든 한국경제는 망가지고 일본도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그런데다가 북한의 도발은 핵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그만큼 러시아나 중국입장에서는 ‘전략적 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월남전은 미국과 베트콩, 더 나가 월맹과만의 전쟁이 아니다. 미국과 소련블록 전체와의 전쟁이었다. 그 전쟁에서 미국은 사실상 패배했다. 그러니까 북한을 21세기의 베트콩으로 내세워 미국을 이길 수 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뜨린다는 게 ‘북한 트랩’전략이다.

김정은 체제는 북한주민의 안녕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잔인한 체제다. 바로 그런 체제의 속성상 중국과 러시아의 양동전략의 소모품이 될 가능성이 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될수록 그 시나리오의 현실화 확률도 높다는 지적이다.

대회전을 앞두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그게 마냥 먼 산의 불일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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