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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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제가 필요해

2023-01-19 (목)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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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와 손잡고 서기 660년에 678년의 역사를 가진 부여씨의 백제왕국을, 서기 668년에 705년의 고씨의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268년동안 한반도를 지배했던 천년왕국 신라, 그러나 892년 견훤이 반란을 일으켜 후백제를 건국하고 곧이어 궁예가 반란을 일으켜 후고구려를 건국하면서 한반도는 다시 3국으로 분열된다.

가장 큰 원인은 자기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한 신라 귀족들의 부패였다. 삼국 중 가장 약한 후발주자로 늘 설움을 받다가 절치부심하여 당과 손잡고 3국을 통일했지만 그 승리의 전리품은 오로지 중앙 귀족들의 몫이 되고 지방 호족과 백성들은 날이 갈수록 소외받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앙 귀족들끼리는 강력한 접착제가 있었지만 지방호족과 백성들과의 접착제는 없었다는 것이다.

궁예의 수하에서 반정을 하여 고구려를 계승하겠다며 국호를 고려로 바꾸고 왕이 된 왕건은 후삼국으로의 분열 42년이 되는 936년 통일을 하면서 한반도에 명실상부한 통일 왕국을 건설했다. 고려는 고구려계를 중심으로 발해계, 신라계, 백제계, 여진족, 거란족까지 아우르는 다민족을 통합하는데 총력을 기울였고 왕건은 신라 몰락기의 폐단을 거울삼아 적극적으로 지방 호족들과 ‘결혼동맹’을 맺으면서 국가를 통합하기 시작하였다.


바로 결혼을 강력한 접착제로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적으로는 호족들의 사병을 해체하고 왕건을 강화하고자 했던 노비안건법을 통해서 수많은 백성들을 자유인으로 풀어주어 민심을 얻고 세수도 늘이고자 했다. 이것 역시 일반 백성들과의 유대를 위한 접착제였다.

이탈리아 반도의 소수 이주 왕국으로 시작하여 대제국을 건설한 로마가 초기 성장할 때는 정복한 지역의 지도부도 로마의 귀족으로, 정복지 주민도 로마의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통하여 지역의 맹주로 급성장하였다. 여기서 로마는 서로 죽기 살기로 싸웠어도 항복을 하면 같은 로마인이 된다는 것, 즉 법적으로 동일한 시민이 된다는 것을 국가통합의 접착제로 사용하였다.

로마의 이런 방식의 국가 통합정책은 주위의 수많은 나라와 부족들이 스스로 로마인이 되고자 하면서 로마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제국, 강대국은 바로 이런 열린 자세로 모든 민족과 인종을 포용하는 포용의 접착제를 사용하여 통합의 시너지를 만들어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왕국도 제국도 오래되면 권력과 부가 특정 소수에게 집중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애국이라고 강요하면서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구축한다. 결국 국가 구성원들 간의 대립과 분열이 심화되고 국가 통합의 강력한 접착제는 사라지고 모두 다 흩어지고 분열된다. 그렇게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카르텔을 구축한 집단은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변화를 철저히 배격하고 현재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것을 지키는 일을 절대 선으로 생각하는 우물 안의 개구리로 전락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자기들만의 세상을 절대 옳은 길이라고 하고 있는 동안에도 바깥의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 그리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성장하고 발전한 힘이 곧 들이 닥치면 그렇게 철옹성 같았던 그들만의 카르텔도 한순간 무너지는 것이 역사다.

남녀 간에는 사랑이, 친구 간에는 우정이, 병사들 간에는 전우애, 단체와 집단은 추구하는 목표를 향한 공동의 노력이, 민족은 정체성 공유가, 국가는 시대마다 다른 정책이지만 그 내용과 방식은 공평하게, 밥을 먹고 나라를 지키면서, 서로의 신뢰를 만든 것이 접착제다.

현대 민주주의 종주국인 미국의 독립선언 247년이다. 그런데 정치권과 국민들이 역사상 유례없이 분열되어있다. 공평하게 밥을 먹지 못하는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현상은 특정 인종에 의한 타인종들에 대한 분리와 혐오, 반이민,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공평하게 밥을 먹게 하는 정책을 세우고 국민 대통합을 위한 접착제를 정책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주인은 유권자이고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 그래서 인종 간 혐오를 부추기고 분열을 선동하는 극단주의자들이 아닌 국민 통합의 접착제를 정책으로 내놓는 정치인을 알아보고 선출하기 위하여 유권자들이 현명해져야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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