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GA 소니오픈 우승…KLPGA 오지현과 지난달 결혼, 신혼여행 겸한 하와이서 겹경사
▶ 한 타차 역전우승 통산 4승 기록, 17억 상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신혼여행 중 ‘신부’가 지켜보는 앞에서 17억 원의 상금까지 차지했으니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우승이 있을까. ‘새신랑’ 김시우(28)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 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오지현(27)을 인생의 동반자로 맞이하고 나서 출전한 첫 대회, 그것도 신혼여행지에서 차지한 우승이라 기쁨은 두 배가 됐다.
김시우는 15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라에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6언더파 64타를 쳐 최종합계 18언더파 262타로 헤이든 버클리(미국)에게 한 타 차 역전 우승했다. 소니 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08년 최경주(53) 이후 15년 만이다.
2012년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최연소(만 17세 5개월 6일)로 통과한 김시우는 이번 우승으로 투어 통산 4승째를 달성했다. 앞서 2016년 8월 윈덤 챔피언십, 2017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021년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우승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42만2,000달러(약 17억5,000만 원)다.
김시우는 지난해 12월 18일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부’ 오지현은 KLPGA 투어에서 7승을 기록한 스타다. 이들 부부는 결혼식 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집에서 쉬다 신혼여행을 겸해 지난주부터 하와이에 머물러왔다.
김시우는 이날 대회장을 찾은 아내 오지현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에 나섰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시우는 1~3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맹추격에 나섰다. 이후 버클리가 11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는 사이 공동 1위에 올랐고, 12번 홀(파4)에서 버디에 성공하며 단독 1위로 치고 나갔다. 12번에 이어 17번 홀(파3) 버디가 큰 동력이 됐다.
쫓고 쫓는 흐름 속에 승부는 18번 홀(파5)에서 갈렸다. 김시우는 283야드를 날린 티샷이 벙커에 들어갔다. 핀까지 236야드를 남겨놓은 김시우는 아이언으로 투온에 성공했다. 이글퍼트를 아쉽게 놓쳤지만 가볍게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마쳤다. 반면 버클리의 버디퍼트는 빗나가면서 김시우의 우승이 확정됐다. 먼저 경기를 마치고 연습 그린에서 버클리의 경기를 지켜보던 김시우는 손을 번쩍 들어 환호했고, 함께 결과를 기다리던 오지현은 감격에 겨워 울먹였다.
경기 후 김시우는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지현이와 결혼한 후 첫 대회였는데 같이 와줘서 고맙고, 우리 둘 모두 너무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지현은 국내 투어 생활을 접고 당분간 ‘김시우의 아내’로 내조에 전념하기로 했다. 오지현은 “재미있을 줄만 알았는데, 너무 떨리고 긴장됐다”며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 눈물이 났다”고 짜릿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이어 “앞으로 모든 대회를 같이 다닐 예정”이라며 “예전에는 떨어져 지내야 했는데, 결혼하고서는 그런 생각을 안 해서 좋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김시우는 19일부터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출전한다. 2년 전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그는 “좋은 기억을 가진 대회”라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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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