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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 어디쯤 왔나

2023-01-14 (토) 신응남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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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티베트 난민공동체에서 활동하던, 환경운동가 조애나 메이시의 한 일화가 전해진다.

어느 날 오후 티베트 수도승들과 회의하는 도중, 파리 한마리가 그녀의 찻잔에 빠졌다. 찻잔에 빠진 파리를 보자, 그녀의 미간이 약간 찡그려졌다. 그 표정을 보고 있던 승려 린포체는 그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린포체를 안심시키기 위해 가볍게 웃으며, 노 프러블럼이라 말했다. 그녀는 재차 건져내고 마시면 돼요, 하고 손짓으로 말했다.

그러나 의자에서 일어난 승려 린포체는 그의 손가락으로 매우 조심스럽게 파리를 건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회의가 재개되었다. 얼마 후 환한 얼굴로 린포체가 회의장으로 들어와 그녀에게 속삭였다. 파리는 이제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문 밖에 나무 잎사귀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조만간 무사히 날아갈 것이니 염려 말라고 설명했다. 조애나 메이시는 세상에서 문제가 되는가 아닌가의 기준은 늘 자기 자신이었지만, 승려 린포체의 기준은 파리에 있었다고 고백한다.


인류는 호모니니(사람족)에 속한 약 400만년 전 동부 아프리카의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해왔다. 그 이후 호모속의 현생인류는 동부아프리카에서 북아프리카로 그리고 유럽, 아시아의 넓은 지역으로 이동하여 정착하게 된다. 190만년 전부터 아시아 동쪽에서는 호모 에렉투스가, 40만년 전부터 유럽과 서부아시아 지역에 호모 네안데르탈인이,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호모 데니소바인들이,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는 20만년 전부터 동아프리카에 살았다.

그러나 7만년 전부터는 사피엔스가 타 지역으로 퍼지면서, 다른 인간종들은 멸종되기 시작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7만년 전에 인지혁명이라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뇌에서 일어나면서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사용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많은 동물은 기본적인 언어를 구사하며 의사소통의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인 동물로 진화한 호모사피엔스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게 하는 힘을 키우고, 공동의 신화를 통해 공동체가 모여 협력케 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호모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하고 유연한 언어 덕분이었다.

1859년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모든 생명체가 생존경쟁과 변이, 유전, 그리고 자연선택의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진화의 원리를 밝혀냈다. 다윈은 자기가 세운 이론이 개체가 오직 적자생존, 양육강식, 정글의 법칙에 의해 존재한다고 잘못 해석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1871년 <인간의 유래>라는 두 번째 대작을 출판한다. 거기에서, 이타주의라는 인간의 도덕적 재능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설명한다. 개체 사이에 생존경쟁이 벌어진다는 다윈의 기본 원리와 충돌하는 것 같이 보이는, 인간의 이타주의와 도덕관념 역시 집단적 자연선택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모두 이기적인 동물이며, 동시에 이타적 행동을 하는 동물이다.

“코스모스” 저자 칼 세이건은 인간은 지구 이외의 다른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작은 행성에만 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기도 하다. 수천억 개나 되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종으로서 인류를 사랑해야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하나하나는 귀중하고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갈등과 소통 부재의 시대를 살아가며, 다시 새해를 맞이했다. 새로이 눈앞에 펼쳐지는 신비한 우주를 바라보며, 타인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해본다는 뜻의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떠올린다. 이 작은 깨달음부터 실천해보는 것, 또한 인류존속을 위한 한 행보이지 않을까.

<신응남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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