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토끼는 평화•풍요•다산을 상징한다고 한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새롭게 맞이한 한 해를 설계하며 도약과 희망을 꿈꾸며 무탈하게 한 해를 잘 넘기기를 바란다.
그러나 새해를 맞은 지구촌 구석구석의 현실은 여전히 위기상황이다. 전쟁과 살상, 분쟁과 대립이 해소되지 못한 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조국의 상황도 별 다르지 않다. 지난 10월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채 경제위기마저 높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 마저 고조되고 있어 새해 맞이가 마냥 기쁘고 희망으로 가득 찰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하와이 동포사회는 그 어느 때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2023년을 맞는다.
미주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이민종가 한인사회 종손으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22일 인천시는 최초 미주 한인 이민선이 제물포 항을 떠난 날을 기리며 인천과 하와이의 120년 이민 역사속의 발자취와 미래를 열어가는 뜻깊은 문화행사를 호놀룰루에서 개최했다.
특히 한국일보 하와이 1층 전시실에서 열린 특별전에서는 인천 제물포 항을 떠나 하와이에 이르는 여정, 하와이에서 정착하는 과정, 그리고 조국독립을 위한 노력과 해방된 조국의 발전을 위해 구호물품을 보내고 인하공과대학 설립을 지원 하는 등 인천과 하와이 120년 이민역사와 관련 한 사진과 영상이 전시되어 동포들에게 이 값진 역사를 오롯이 전하며 더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터전을 다지라는 새로운 사명을 부여하는 듯 했다.
한국이민사 박물관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를 통해 '누군가의 기억과 관심'이 모아져 역사가 되고 그 역사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는 '혼 불'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정작 120년 하와이 이민역사의 정체성을 우리들에게 물려 준 <김창원>과 하와이 이민 120년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 발자취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왜? 무슨 이유일까?
이번 전시를 통해 제기된 이 문제를 계묘년 새해 하와이 한인사회가 지혜롭게 풀어가며 이민종가 하와이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며 그 얼을 후손들에게 이어 갔으면 한다.
하와이 한인사회가 <미주한인 이민종가>로 자리매김 하기까지는 이민 75주년, 90주년 그리고 100주년을 기념하며 이민 선조들의 발자취를 발굴하고 그 기억을 후세들에게 이어가기 위한 이민 선배들의 노력과 관심이 있어 가능했다.
1952년 하와이에 이민 온 김창원의 탁월한 리더십과 1963년 UC 버클리로 유학 와 하와이에 정착한 이덕희의 이민사 연구원으로서의 기막힌 역할분담이 오늘의 이민종가 하와이 역사 문화 유산을 세상에 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덕희 하와이 한인이민연구소장이 이민90주년부터 오늘날까지 30여 년 현역으로 하와이 독립운동의 역사적 현장과 문헌을 발굴해 하와이가 한국 해외 조국독립운동 역사 발자취의 숨은 보물섬임을 대외적을 입증해 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 달 인천시 문화행사 사절단의 하와이 행사 취재 차 동행한 기자들은 물론 동포들 가운데에서도 지난 30여년 하와이 한인사회 대부로 자리하며 동포들의 자긍심을 높였던 <김창원>의 리더십과 그 업적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15일까지 이어진 이민 사진전을 찾은 관람객들 가운데에는 사진 속에서 자신의 조부모와 부모, 심지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발견하고 감탄했다.
리 도나휴 전 경찰국장의 유년기 시절 사진신부 출신의 어머니 이필덕 여사와 함께 한 사진도 전시되어 주목을 받았다.
120년 전 사탕수수농장 이민선조들의 묘비 속 이름까지 탁본으로 세상에 알리며 그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있지만 <김창원>의 업적이 그의 사후 5년만에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있다는 현실에 슬픔과 더불어 이민종가 종손임을 자부하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갖게한다.
그러고 보니 계묘년 새해는 김창원 추모 5주기, 한국도서재단 문숙기 추모 3주기를 맞는 해이기도 하다.
하와이 한인사회의 이민종가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가야하는 미주 한인재단과 한인문화회관(HKCC)이 동포 언론과 손잡고 <김창원>의 정체성을 후손들에게 이어가며 70년대 후반 하와이에 정착한 이민 1세, 1.5세들의 이야기도 기억을 살려 정리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같은 작업을 통해 사탕수수농장 이민선조들과 이민 1세들의 문화유산을 오롯이 후세들에게 전하며 미주 한인 이민 200년 역사 의 물줄기를 이어 갈 제2의 김창원, 이덕희를 키워가야 할 것이다.
2023년, 지역사회와 한인사회, 조국의 발전을 위해 기여한 <김창원>의 리더십과 역사지킴이 이덕희의 기막힌 역할분담 정신으로 이민종가 하와이의 얼을 되살리는 한 해가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