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부정적 현상들 가운데 하나는 간 질환자의 증가이다. 재택근무와 격리생활이 지속되면서 혼술족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결과이다.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탈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중 미국인들의 과음은 무려 21%나 증가했다. 이것은 장단기적으로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의 증가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 게 연구진의 진단이다. 그만큼 지나친 음주의 해악은 크다.
금연, 다이어트와 함께 가장 흔한 새해 다짐들 가운데 하나가 금주다. 술이 건강과 씀씀이에 좋지 못한 영향과 부담을 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완전히 술을 멀리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금주 결심으로 한해를 시작했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도루묵’이 돼버리기 십상이다.
사실 평생 음주에서 평생 금주로 습관의 기어를 180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단기간 금주에 도전해 보는 것은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단기간 금주를 통해 몸이 보내는 메시지를 깨닫자는 취지로 지난 2011년부터 영국에서 시작된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는 바로 그런 캠페인 중 하나이다.
1월 한 달 동안 금주를 통해 말 그대로 간을 말려서 간에 휴식을 주자는 취지이다 영국에서 시작돼 유럽 각국과 미국으로까지 매년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서만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성인들이 수백 만 명에 달하며 미국의 경우에도 설문조사에서 성인의 13% 가량이 ‘드라이 재뉴어리’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전통적인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서만은 ‘드라이 재뉴어리’에 대한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아무튼 1년도 아니고 고작 한 달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해서 얼마나 건강에 도움이 될까 싶지만 단기간 금주의 건강 효과가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한해를 시작하는 첫 달인 1월의 금주는 한해 전체 마시는 술의 양을 줄이는 데도 특히 도움이 된다. 장기적인 금주 혹은 절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단기적 금주의 건강효과는 차고 넘친다. 과음하던 40대 남녀 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주간 금주 후 건강검진에서는 간 경화 수치와 인슐린 저항성이 각각 12.5%,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체중 감소, 혈압 강하, 수면의 질 향상 등의 효과도 컸다.
이를 알면서도 차고 넘치는 금주 방해의 유혹들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굳게 다짐을 했지만 팬데믹 스트레스와 경제적 스트레스에 술병을 다시 잡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사회 정치적 갈등에 화가 나 술잔을 기울이는 경우도 있다. 연방의회 난입 폭동이 발생한 2021년 1월 ‘드라이 재뉴어리’를 실천하다가 폭도들의 난동 영상을 보고 분노해 다시 술을 마셨다는 미국인들이 상당수였다. 이 모든 게 다시 술을 입에 대기 위한 핑계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금주는 실천이 어려운 목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막연히 결심만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만드는 게 도움이 된다. 우선 달력에 술을 대지 않은 날을 표시하면서 지워나가는 것이 좋다. 작은 성공을 확인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또 혼자서 하기 보다는 지인 혹은 친구들과 함께 하면 서로 격려가 된다. 모든 일이 그렇듯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술을 무알콜 음료로 대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보험업을 하는 한 한인은 몇 달 전 의사로부터 금주 권유를 받은 후부터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갈 때면 무알콜 맥주 한 캔씩을 들고 나간다. 참석자들과 업주에게 양해를 구하면 대부분 이해해 준다. 최근의 추세를 반영하듯 무알콜 음료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만약 ‘드라이 재뉴어리’에 성공한다면 내친 김에 달을 이어 ‘드라이 올 이어’(Dry All Year)까지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