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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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작심삼일인가

2023-01-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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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다. 새해결심이다. 뭔가를 하자거나 뭔가를 하지말자는 결심들이다. 가장 흔한 ‘하자’는 운동을 하자, 건강한 식생활을 하자, 체중을 줄여 날씬해지자 등. ‘하지 말자’에 단골로 등장하는 항목은 담배를 피우지 말자, 과음을 하지 말자, 야식을 하지 말자 등. 그 외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자격증/진급을 위해 공부를 하자,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을 하자 등의 결심을 한다.

새해결심으로 얻으려는 것은 지금보다 나은 삶이다. 심신을 재정비해서 좀 더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결심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아무리 굳게 마음을 먹어도 결심이 오래 가지를 못한다는 것. “하루 30분 걷기 - 그걸 못하랴” 싶어도 그게 쉽지가 않다. 온갖 핑계들이 생긴다. 퇴근 후 피곤해서, 저녁식사 후 배가 너무 불러서 … 한번 거르고 두 번 거르다 보면 자책감으로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러다가 저녁모임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못하고 일이 바빠서 ‘오늘만’ 하며 또 거르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평온해진다. 결심 자체를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그것이 새해결심의 전형적인 기승전결이다.

관련 통계에 의하면 새해결심한 사람들 중 43%는 2월이 오기 전에 결심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결심 후 1주일 만에 두 손 드는 사람들도 4명 중 한명 꼴. 새해결심 성공률은 불과 9%라고 통계는 말한다. ‘새해결심’ 하면 ‘작심삼일’이 떠오르는 배경이다.


왜 ‘작심’이 ‘삼일’인가. 머리로는 분명하게 아는데 몸이 따라주지를 않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금연!’이라고 굳게 다짐을 해도 스트레스가 밀려드는 어느 순간, 동료들과 기분 좋게 회식을 하던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담배가 손에 잡혀 있곤 한다. 뇌가 의식하기도 전에 뭔가가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바로 습관이다. 많은 경우 새해결심은 몸에 밴 좋지 않은 습관들을 바꾸자는 것, 습관과의 싸움이다.

습관이란 “처음에는 거미줄, 나중에는 굵은 밧줄”이라고 스페인 속담은 말한다. 밧줄 끊는 일이 쉬울 수가 없다. 게다가 살면서 매일 그 밧줄을 자신도 모르게 짜고 있으니 밧줄은 쇠줄처럼 강해져서 웬만한 결심의 칼로는 잘라낼 수가 없다. 습관이 갖는 힘은 익숙함. 너무 편하다. 단 것을 자꾸 먹고, 잘 밤에 라면을 끓여먹고, 퇴근 후 TV 앞에 앉아 꼼짝 않고 늘어져 있는 등의 습관은 본능같이 아늑하다. “나쁜 습관은 편안한 침대 같다, 들어가 눕기는 쉬운데, 나오기가 어렵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중동은 사막과 낙타가 친근한 지역이다. 상인들이 낙타에 물품을 싣고 사막을 건너며 장사를 하는 카라반이 오랜 전통이다. 사막의 밤은 대단히 춥다고 한다. 어느 상인이 천막을 단단히 치고 잠을 청하는 데 낙타가 코를 들이 밀었다. 밖이 너무 추우니 코끝만이라도 천막 안에 넣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상인은 허락을 해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낙타의 머리통이 야금야금 천막 안으로 들어오더니 이어 긴 목이 들어오고, 앞다리에 몸통 뒷다리까지 들어왔다. 그때마다 조금씩 몸을 비켜주던 상인은 결국 천막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천막의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나쁜 습관이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존재를 점령한 행동들. 자신 대신 낙타가 천막의 주인이 된 꼴이다. 그러니 무작정 ‘하자’ ‘하지 말자’ 결심해서는 백전백패. 무엇이든 재미있어야 오래 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하루 30분 운동’을 혼자 이 악물고 할 게 아니다. 같이 운동할 친구를 만드는 게 먼저다. 친구와 만나는 즐거움에 신이 나서 짐에 가고 운동을 하게 된다. 새로운 습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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