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나 드라마가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있을 까?
지난 19일 오전 7시(LA시간 기준) 카타르 루사일 스테디엄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월드컵 결승전은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에게 세 번째 월드컵 우승이라는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한 노장 리오넬 메시(35)와 프랑스에게 월드컵 연속 우승을 선사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나선 신예 킬리안 음바페(24)의 대결만으로도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피말리는 접전끝에 3-3 무승부 뒤 승부차기로 기적같은 4-2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회 7골 3도움을 올리며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라스트 댄스’에서 조국을 우승으로 이끈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는 대회 최우수 선수상인 골든볼을 품에 안았다. 또한 발롱도르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월드컵을 모두 품에 안은 9번째 선수이자, 올림픽 금메달까지 획득한 최초의 선수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프랑스의 승리를 점쳤지만 아르헨티나는 이같은 예상을 깨고 보란듯이 경제난에 허덕이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쏘아 올렸다. 기자도 지난 19일 아침부터 월드컵 결승전을 지켜보면서 제발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우승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메시와 아르헨티나에 대한 동정표라고 할까? 특히 메시가 성장 호르몬 부족증때문에 축구선수로는 168cm의 단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함께 고통을 겪은 사실을 알기에 대부분의 한인 팬들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도 유독 월드컵 반지만 없었던 메시는 한때 계속되는 실패와 좌절 끝에 “국가대표 경력은 끝이 났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4번의 결승(월드컵 1, 코파 3)에 진출해 가장 원하는 것을 위해 계속 노력했지만 달성할 수 없었습니다. 은퇴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지만 정해졌다”고 2016년 아르헨티나 언론에 발표했다가 한 초등학교 여교사의 “절대 포기하지마”라는 편지로 인해 마음을 돌이켜 다시 복귀, 끝내 월드컵 우승이라는 값진 선물을 조국에 선물했기 때문이다. 올해 나이 35세로 축구 선수로는 황혼기에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조국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목표한 바를 이뤄냈다. 메시의 아내 안토넬라 로쿠소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의 챔피언♥ 제가 남편에 대해 얼마나 큰 자부심을 느끼는지,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전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 주었다.
이번 대회 16강 진출의 신화를 써내려간 대한민국 축구팀도 손흥민이라는 걸출한 스타와 황희찬, 조규성, 이강인 등 젊은 태극전사들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에 바탕을 둔 향상된 경기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11월24일(추수감사절) 새벽 5시(LA시간 기준)에 벌어졌던 우루과이와의 예선 1차전 당시 한인사회에서도 LA한인회를 중심으로 한인들의 단체응원전이 벌어지는 등 월드컵 열기가 한층 고조됐다. 이날 한국이 승리하면 설렁탕을 무료로 제공하는 타운의 한 식당을 찾은 기자는 새벽 4시경부터 이미 좌석이 꽉찬 식당에서 단체응원을 하면서 한인들의 후끈 달아오른 월드컵 응원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팀은 사실 손흥민이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10월 소속팀에서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올림피크 리옹과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던 도중 상대 선수에 얼굴을 가격당해 안와골절 부상을 입었다. 안와골절 부상에 회복까지 2~3개월이 걸려 월드컵 출전이 어렵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그는 붓기가 다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감행하며 월드컵 출전 의지를 밝혔다. 이후 그는 특수 제작한 안면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 무대를 누볐다. 포르투갈과의 16강 진출을 위한 예선 3차전 경기에서 1-1로 맞서던 후반 추가시간 70m를 질주한 뒤 수비수들 가랑이 사이로 황희찬에게 어시스트한 공이 골망을 흔들면서 포르투갈에 2-1로 승리, 사상 두 번째로 월드컵 원정 16강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3차전 후 자신의 SNS에 대표팀 선수들과 기뻐하는 사진을 올리며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고 여러분들은 우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16강이 확정된 뒤에 팬들은 댓글을 통해 “부상 투혼 멋지다” “우리는 해냈다. 꿈은 이루어졌다” “포기하지않아 자랑스럽다” 등 반응으로 손흥민에 화답했다.
이제 대한민국 대표팀은 2026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해야한다. 다음 대회를 앞두고 손흥민의 참가 여부는 벌써부터 관심사이다. 4년 뒤면 손흥민의 나이는 34세로, 선수 생활 마무리에 접어드는 시기가 된다. 미국에선 LA를 비롯해 뉴욕, 보스턴,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캔자스시티, 달라스, 필라델피아, 마이애미, 애틀랜타, 휴스턴이 개최 도시로 낙점됐다. 미주 지역의 한인 축구팬들도 직접 축구장을 찾아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 축구팀을 목이 터져라 하고 응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벌써부터 4년 뒤가 기다려진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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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