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 칼럼인 ‘미스 매너스’에 얼마 전 이런 내용이 실렸다. 해변의 작은 마을로 이사한 남성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내가 손님 맞기를 좋아해 부부는 자주 손님들을 초대한다고 했다. 침실 3개, 화장실 두 개의 널찍한 집에 바다가 지척이니 손님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부의 호의를 ‘이용’하는 친구가 있었다. 친구의 가족은 부부와 어린 자녀 셋을 포함해 다섯. 이 가족이 가끔 방문하곤 했는데, 한번은 친구가 자신의 친구까지 불러들였다. “친구가 잠깐 들른다”고 해서 보니 다음날 친구의 친구는 자녀 둘과 언니 그리고 언니의 애완견까지 데리고 등장했다. 자동차에서 짐 가방이며 베개까지 꺼내는 걸 보니 잠깐 들르려는 게 아니었다. 사람 4명에 애완견까지 더해지니 집안은 말 그대로 엉망.
그렇게 사흘을 보내고 간 친구가 얼마 후 다시 방문하겠다며 이번에도 “친구가 잠깐 들를 예정”이라고 했다. 부부는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앞으로는 손님 숫자를 제한하고 애완동물은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친구가족의 방문이 뜸해졌다며 자신들이 너무 무례한 건지를 물었다.
‘미스 매너스’는 부부의 결정이 좀 매정하게 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편 손님초대의 주체는 집주인이라는 점만 명확히 하라고 조언했다. 친구가 다른 친구(한명 정도)를 초대하고 싶다면 집주인에게 먼저 의논하게하고 상황에 따라 결정하라는 것이다. 허락을 하거나 정중하게 거절하거나.
위의 케이스는 좀 예외적이지만 누구나 살다 보면 남의 집 신세를 지기도 하고, 멀리서 온 친지를 맞기도 한다. 특히 연말은 가족이나 친지 방문이 많은 계절. 항공료며 호텔 숙박료가 껑충 뛰어오른 이 때에 한국을 방문하거나, 타주를 방문했을 때 마음 편히 묵을 집이 있다면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건 잠깐, 가족 아닌 이들이 함께 지내다 보면 불편한 일들이 생긴다.
첫째는 프라이버시 문제. 집이라는 공간은 삶의 1차적 영역이다. 직장 등 2차적 생활 영역이나 사회적 영역(백화점 등)과 달리 대단히 사적인 공간이다. 내의 바람에도 거리낌 없이 뒹굴 수 있는 편안함이 특징이다. 그런데 가족 아닌 사람이 있으면 매사에 신경을 써야 하니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손님 측의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집주인 가족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고 발걸음도 조심조심 하며 지내다 보면 매순간 긴장이다.
둘째는 수면 문제.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맞추느라 서로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손님이 한국에서 와서 시차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본인은 물론 집주인도 잠을 설치게 된다. 시몬스 침구류 회사 산하부서가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연말에 손님들이 방문한 경우 집주인은 평소보다 매일 2시간 반 잠을 덜 잔다. 손님들도 잠 못 자기는 마찬가지. 집주인의 시간에 맞춰 취침하고 기상하려다 보니 수면부족에 시달린다는 응답자가 75%에 달했다. 이래저래 남의 집에서 신세지는 건 최대 4일이라는 게 응답자 49%의 의견이다.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플랭클린이 명언을 했다. “손님은, 생선처럼, 사흘 지나면 냄새나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좋은 손님이 되는 기술은 떠날 때를 아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연말에 친지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이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손님은 와서 반갑고 가서 더 반가운 법이다. 그런가하면 집주인이 명심할 말도 있다. “손님이 찾지 않는다면 모든 집은 무덤일 뿐”이라는 칼릴 지브란의 말이다. 가족을 손님처럼, 손님을 가족처럼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