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리어 유일의 ‘약점’인 월드컵 우승, 5번 도전 만에 직접 이끌고 ‘골든볼’까지
▶ 월드컵 최다 출전·최다 공격 포인트·최초 ‘전 단계 득점’ 등 대기록 속출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린 메시 [로이터=사진제공]
세계 축구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혀 온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마침내 조국 아르헨티나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정상에 올려놓으며 진정한 '전설'로 남기 위한 최대 숙제를 풀어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18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프랑스를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전·후반을 2-2로 맞선 뒤 연장전에서도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4-2로 프랑스를 따돌린 아르헨티나는 자국에서 열린 1978년과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통산 세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메시 자신은 물론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국민의 염원이던 메시의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메시는 최근 15년가량을 세계 축구를 지배해 온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다.
세계 최고 축구 선수의 상징인 발롱도르를 7차례나 받고 소속팀에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0회, 프랑스 리그1 1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회, 코파 아메리카(2021년) 1회 등 수많은 트로피를 수집해왔다.
하지만 국가대표 경력, 특히 메이저대회 우승 얘기만 나오면 어깨를 펼 수 없는 처지였다.
아르헨티나는 '메시 보유국'이라는 이유로 어느 대회에 나서든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그 부담감을 번번이 넘어서지 못했다.
남미의 대륙 선수권대회인 코파 아메리카에서조차 메시의 국가대표 데뷔 이후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다가 지난해 마침내 우승하며 징크스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월드컵 우승'만큼은 메시에게 풀지 못한 숙제로 따라다녔다.
메시는 2006년부터 월드컵에 출전해왔으나 이전까진 2014 브라질 대회에서 결승에 올라 준우승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2006년 독일 대회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땐 8강에서 탈락했고, 직전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는 16강에서 돌아섰다.
기량만큼은 자국 출신의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 브라질의 영웅 펠레 등과 더불어 '역대급 선수'로 평가받았으나 월드컵 우승이 없던 것은 이들과의 비교에서 메시의 '결점'이었다.
이번 카타르 대회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메시에게 조국의 월드컵 우승을 직접 이끌고 이런 평가를 불식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다. 아르헨티나 동료들과 팬들도 이번 대회의 초점을 온통 '메시의 우승'에 맞췄다.
자신을 위해 갖춰진 무대에서 메시는 이름에 걸맞은 활약으로 '라스트 댄스'를 스스로 빛냈다.
36년 전 원맨쇼로 우승을 이끌었던 마라도나처럼, 아르헨티나의 '구세주'로 우뚝 서며 '역대 최고 선수'(The Greatest Of All Time·GOAT)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충격적인 1-2 역전패 속에서 메시는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충격패로 반등이 절실했던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메시는 선제 결승 골로 2-0 승리에 앞장섰고, 폴란드와의 3차전에선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으나 풀타임 활약으로 2-0 승리와 조 1위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호주와의 16강전에선 선제골로 2-1 승리를 이끌었는데, 이 경기에서 메시는 자신의 월드컵 단판 승부 첫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선 팀의 두 번째 골을 페널티킥으로 터뜨렸고, 연장전까지 2-2로 맞선 채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팀의 첫 번째 키커로 나서서 성공하며 승리의 발판을 놨다.
크로아티아와의 준결승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이자 자신의 대회 5번째 골을 넣고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의 쐐기 골을 도와 3-0 완승의 주역으로 빛났다.
이날 결승전에선 전반 23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기록했고, 2-2로 맞선 채 이어진 연장전에선 연장 후반 3분 앞서가는 골을 터뜨려 아르헨티나를 우승에 더 가까이 보냈다.
프랑스가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의 동점 골로 다시 균형을 맞춰 이어진 승부차기에선 다시 아르헨티나의 첫 키커로 나서서 성공하며 승리의 전주곡을 울렸다.
수치로 드러나는 그의 이번 대회 기록은 7골 3도움이었으나 메시의 존재 그 자체가 경기장 안팎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 원동력이 됐다.
메시는 이날 출전과 득점으로 월드컵 역사에 남을 수많은 개인 기록도 작성했다.
이날 메시는 자신의 26번째 월드컵 경기에 나서며 로타어 마테우스(독일)를 앞질러 역대 최다 출전 신기록을 달성했다.
골을 넣으면서는 단일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16강전, 8강전, 준결승, 결승전에서 모두 득점한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이번 대회 기간 가브리엘 바티스투타(10골)를 뛰어넘는 아르헨티나 선수 월드컵 본선 득점 단독 1위에 오른 그는 결승전을 포함해 이 기록을 13골로 늘렸다.
이번 대회 7골 3도움 등 월드컵에서 개인 통산 13골 8도움을 기록, 21개의 공격포인트를 작성한 메시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66년 이후 월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골에 관여한 선수로도 등극했다.
아울러 메시는 발롱도르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월드컵을 모두 품에 안은 9번째 선수이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포함하면 월드컵, 발롱도르, UCL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획득한 최초의 선수라는 기록도 세웠다.
1982년 월드컵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이 제정된 이후 한 선수가 두 차례 수상한 것도 메시가 최초다.
8년 전 첫 수상 땐 팀의 준우승으로 빛이 바랬으나 이번엔 팀도 메시도 최고의 결말을 맞이했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이 확정된 뒤 시상식에서 골든볼의 주인공으로 호명된 메시는 기다리던 월드컵 트로피에 먼저 입을 맞췄다.
우승 세리머니에선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보다 더 늦게, 아르헨티나 선수단 중 가장 나중에 단상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선수 생활에서 가장 원했던 트로피를 가장 기쁘게 들어 올렸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가 메시에게 입힌 망토는 '대관식' 분위기를 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