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면 혈액검사를 자주하는데 혈액검사로 무엇을 얼마큼 알 수 있으며 X 레이는 왜 찍는가? 이런 질문 앞에서 나는 수질검사와 인공위성 사진을 떠올린다. 예로, 한강의 하류에 좋지 않은 물질이 발견 되면 우선 어떤 종류의 나쁜 물질인가를 분석을 한 다음 그런 유해 물질을 방출하는 공장이 어디 있는지 위쪽으로 추적해가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 몸 안에서의 이야기를 한다면, 간에서만 나오는 고유한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장기에서 나와 피로 흘러 들어간다. 혈액검사의 결과가 간에서만 나오는 고유한 물질이 정상보다 높으면 일단 간에 이상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다음에는 간에 이상이 왜 생겼는지 이유를 밝혀야 되는데 혈액으로 간염을 검사하기도 하고 다른 염증을 검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혈액 검사로 알 수 없는 혹이나 결석은 사진을 찍어 보아야 알 수 있다. 장기의 기능을 보는 혈액검사와 형태를 알아보는 X-레이 사진검사는 서로 보완적이라 할 수 있다. 폐나 위는 혈액으로 내보는 물질이 없기 때문에 이런 장기들은 사진이나 내시경으로만 이상을 발견할 수 있다.
혈액 안에는 특정한 장기에서 내보내는 물질뿐 아니라 우리 몸의 필수적인 성분들이 들어있다. 혈액은 혈장이라고 불리는 액체부분이 55%이고 나머지 45% 정도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인 세포이다. 액체인 혈장에는 수분, 단백질과 염분, 각종 미네랄, 장에서 흡수된 영양분들이 녹아 있어 우리 몸의 모든 조직에 영양분을 전달한다. 아울러 혈액은 조직 속에 있는 수분과 혈액 속에 있는 수분의 양을 맞추어 준다. 세포들, 즉 백혈구는 우리 몸에 들어온 병원균을 물리치고, 적혈구는 폐로 통해 흡수된 산소를 조직으로 운반해주고, 혈소판은 혈관이 손상을 입어 출혈할 때 피를 응고 시키는데 관여한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의 수치는 부족해도 안 되지만 반대로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된다. 혈액 검사로 혈액 안에 녹아있는 모든 물질과 세포 수치를 알 수 있다. 백혈구의 정상 수치는 4,000-1만 정도인데 혈액질환, 자가면역질환, 약물 등에 의해서 낮아 질 수 있다. 반대로 많아지는 경우는 감염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으나 10만개 이상으로 올라가면 백혈병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혈소판이 적으면 출혈이 쉽게 되지만, 혈소판 증가증이 생기면 투통, 시각장애, 어지럼증, 흉통이 올수 있고 혈전에 의한 뇌경색이 생길 수 있다. 혈소판 증가는 감염, 암, 골수질환에 의해서 생길 수 있다.
적혈구가 적은 경우를 빈혈이라 하는데 반대로 적혈구 증가증은 지나치게 많은 적혈구를 만드는 질환이다. 이러한 적혈구 세포의 과다는 혈액을 끈적하게 만들어 혈액의 흐름을 느리게 할 수 있고 그 결과 혈전을 일으키기 쉬워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는 빈혈에는 신경을 쓰지만 적혈구가 많아도 문제가 된다는 사실은 소홀히 한다. 적혈구 증가가 심해지면 따뜻한 샤워 후 가려움증, 두통, 현기증, 출혈이나 멍이 쉽게 들거나 한다. 쉽게 피로하게 되고, 시야가 흐려지기도 하고, 과도한 땀 흘림, 한쪽 손, 발관절이 붓는 것, 호흡곤란, 팔다리의 저림과 약화, 비장이 붓게 되어 왼쪽 복부 통증이 올수도 있다.
적혈구 증가증은 만성폐질환, 선천성 심장질환, 신장 암 외에도 담배를 피거나 고산지역에 사는 경우 더 많은 산소를 흡수하기 위해 나타나기도 하고, 골수에서 적혈구가 너무 많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생산을 제어해주는 단백질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몸 안에는 세포들이 부족하지 않게 생산을 촉진시켜주는 힘이 있는 반면 또 지나치게 많이 생기는 것은 억제해 주는 제어장치가 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만큼을 만들어서 유지해 주는 지혜이다.
생명에 필수적인 혈액은 불과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크기인 모세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흘러간다. 우리 몸의 혈관을 모두 연결하면 약 10만km에 달하는데 지구 두 바퀴 반에 해당하는 길이다.
우리 사회 속에서는 몇 가지 문제라도 발생하면 물류 공급차질이 빚어져 세계적으로 난리가 나지만 몸속 혈관에서는 영양분, 산소 공급은 물론 정확하고 꼭 필요한 수의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들도 활발하게 움직여 임무를 다하여 우리 몸을 지키는 것을 보면 우리의 생명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닌 놀라운 계획의 산물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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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 내과의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