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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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의 이메일

2022-12-15 (목)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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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월요일 밤 늦게였다. 올해 7월부터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시스템의 교육감으로 일을 시작한 미셸 리드 박사로부터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리드 교육감과는 이미 주기적으로 만나 교육 이슈에 관해 의견 교환을 해오던 사이였기에 이메일을 받은 것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 이메일 내용이 나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그 이메일은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시스템의 ‘전략적 계획 수립’을 위한 ‘핵심 기획팀’에 합류하도록 초청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핵심 기획팀’이라는 이름이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이메일을 보낸 시점이 너무 의아스러웠다. 그리고 팀 구성원들의 면모와 팀이 해야 할 일의 성격을 이메일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메일 내용으로는 이 팀이 앞으로 5번 모일 예정이고 한 번에 8시간씩이라고 했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40시간을 낮에 할애해야하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초청인데, 첫 모임을 불과 이틀 남기고 초청 이메일을 보내온 게 석연치 않았다. 그런 내용이라면 적어도 여러 주 전에 보내졌어야할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교육감과 대화를 해보고 응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 날 전화 통화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서로 시간을 맞추기 힘들었다. 그래서 대신 저녁 때 교육감이 지역 주민들과의 만나는 행사가 내가 일하는 사무실 근처의 학교에서 있다고 해 그 곳에 찾아가 잠깐 대화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은 그 초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130명 이상으로 구성되는 이 ‘핵심 기획팀’에 한인 커뮤니티 대표자가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진작 자신이 구성원 명단을 챙겨 보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뒤늦었더라도 교육청의 다른 직원이 하기 어렵다면 자신이라도 내게 연락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자 여러가지로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것저것 따지기에는 장소와 시간이 적절치 않은 것 같아 일단 나의 참여 의사를 전했다. 130명이라는 거대한 그룹에 이미 20년 이상 교육위원직을 역임했던 사람이 참여하는 게 어색해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한인사회 대표가 아무도 없다는 말 한마디가 일단 모든 것을 접어두게끔 했다. 그래서 수요일과 목요일 장장 16시간 동안 회의에 참여했다. 별안간 사무실을 이틀 비우게 되었다. 다음 회의는 1월에 열릴 예정이다.

그리고 다음 주 초에는 오래 전부터 잡혀있던 교육감과의 만남이 있는데 그 때 이에 관해 몇가지 물어보려고 한다. 첫째, 이 핵심 기획팀에 한인사회의 참여를 과연 언제쯤 생각해보았나. 그리고 생각해보았다면 어디에 연락을 해보았나. 만약에 나에게 이메일 보내기 전에 아무데도 연락한 곳이 없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등이다.

그러나 만약에 교육청에서 한인사회의 여러 단체나 참여 가능할만한 사람들을 초청했으나 그 누구로부터도 긍정적 반응을 듣지 못한 경우라면 우리 한인사회가 고민해야할 부분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지역사회의 중요한 사안에 대한 한인사회의 참여 창구가 주류 사회에 확실히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에 한인 동포사회를 대표한다는 단체들의 회장 선거에 관한 여러가지 뉴스를 접했다. 그런데 그러한 단체들이 앞서서 해야 할 여러 일들 가운데 주류사회에 한인사회를 대표할 사람의 참여 요청 때 제일 먼저 연락해야 할 단체들로 자리매김 됨도 포함되어야하지 않겠나 싶다.

그래서 이러한 단체의 최고 책임자로서 이제 또 수고해야 할 회장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라면 그런 단체가 응당 참여해야 할 지역사회 논의의 장에 꼭 참여하기 바란다.

우리는 이방인으로만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로컬정부나 주, 연방정부의 정책과 예산 심의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 물론 이번의 경우처럼 교육에 관련된 전략적 계획 수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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