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 보호 성경적 의무로 보지만 기도하는 교인은 적어
▶ 윤리적 이슈 낮고 하나님이 기후 통제할 것이라고 믿어
최악의 가뭄으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 한 호수가 갈라진 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로이터]
지구 한편에서는 이상 고온과 계속되는 가뭄을 호소 중이다. 동시에 반대편에서는 해수면 상승과 홍수 피해로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유례없이 자주 발생하는 자연자해로 지구 환경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이다. 지구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은 기독교인도 마찬가지지만 환경 보호와 자연재해를 받아들이는 시각은 일반인과 조금 달랐다.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 센터는 올해 4월 기독교인을 포함한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지구 환경 보호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기독교인 응답자 대부분은 지구 환경은 소중하고 환경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인 중 ‘지구가 소중하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73%였다. 교단별로는 주류 개신교인 중 지구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비율인 81%로 가장 높았고 복음주의 교인이 64%로 가장 낮았다. ‘하나님이 지구를 보호할 의무를 주셨다’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기독교인 중 82%가 동의했고 흑인 개신교인과 복음주의 교인의 비율이 각각 86%로 가장 높았다. 또 ‘성경에 환경에 대한 가르침이 나온다’고 답한 기독교인은 67%였지만 최근 1년 환경 문제를 놓고 기도했다는 교인은 42%에 불과했다.
매일 기도하고 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며 신앙을 삶에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신앙심이 깊은’ 교인 중에는 지구 환경 보호를 하나님이 주신 의무로 여기는 비율이 92%로 매우 높았다. 그러나 이들 중 기후 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거나(42%) 지구 온난화 원인을 화석 연료 사용과 같은 인간 활동 때문으로 보는 비율(39%)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대신 ‘기후 변화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하나님이 기후를 통제한다’, ‘기후 변화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 ‘환경 규제로 개인 자유 침해·일자리 감소·고 에너지 비용과 같은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와 같은 생각이 섞인 반응이 많았다. 또 설교 주제나 교인 간 대화 주제 중 환경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았고 환경 보호나 에너지 절약을 윤리적 이슈로 여기는 교인도 적은 편이었다.
최근 환경 보호를 위해 연비가 높은 차를 타고 음식물 소비를 줄이려는 등의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을 윤리적 의무로 보는 경우는 일반인과 기독교인 모두 매우 적었다. 육류와 같이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높은 음식을 즐기는 행위를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한 비율은 전체 성인 중 약 13%였고 기독교인 중에서는 11%로 더 낮았다. 연비가 낮아 탄소 배출량이 높은 차량을 운전하는 행위가 윤리적으로 잘못됐다고 보는 일반인과 기독교인 역시 각각 10%와 8%로 매우 적었다.
지구 환경을 우려하는 배경에는 대재앙 또는 종말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퓨리서치 센터의 이번 조사에서 ‘인류가 종말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미국인은 58%로 더 많았다. 지금을 종말 시대로 보는 미국인도 약 39%로 만만치 않았고 기독교인 중에서는 약 절반(47%)이 종말 시대를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들 중 약 14%는 예수 재림설을 믿고 있었고 예수 재림 전 지구가 황폐해질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
<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