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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특권(?)

2022-12-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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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는 인간의 모든 결정은 그것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편익’의 비교에 따라 내려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봤다. 그는 결혼에도 이 같은 관점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혼을 하면 독신으로 있는 것보다 더 높은 효용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결혼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베커는 결혼을 하면 경제적으로 상당한 편익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결혼에는 비용도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사족을 잊지 않는다. 결혼 예식에 들어가는 돈은 물론 독신으로서 누리던 자유의 포기와 가족 부양 의무 같은 정신적·정서적 대가도 적지 않다. 그러니 이런 편익과 비용을 잘 따져본 후 결혼을 하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결혼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생일대의 이벤트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 결합하는 신성한 결혼을 경제라는 잣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거의 모든 결혼에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다른 경제행위들처럼 의식적으로 따지거나 노골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을 뿐이다. 베커는 바로 이런 문제를 공론화시킨 것이다.
이처럼 모든 결혼에는 편익과 비용이 함께 따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결혼은 경제적으로 편익을 안겨준다. 가장 큰 편익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의 효율성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두 사람이소득과 집 등을 공유하고 집안 관리와 육아 등을 위해 협력하게 돈다. 한 사람이 실직하게 되면 배우자의 보험에 들어갈 수도 있다.
또 결혼 커플들은 집과 자동차 보험 등에서 상당한 할인 혜택을 보게 되고 부부 간의 소득차가 심할 경우에는 오히려 세율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베커가 “결혼을 함으로써 생기는 편익은 두 사람 간의 소득차가 클수록 더 커진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처럼 결혼에 따른 경제적 편익은 ‘소득의 증가’ ‘고정비용의 감소’ ‘규모의 경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분석은 최근 연방준비제도 세인트루이스 은행의 보고서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보고서는 25세에서 34세 사이의 결혼 커플들과 싱글들 간의 재정적 격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결혼한 커플들의 자산은 싱글들보다 거의 9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0년 조사에서는 이 격차가 4배 정도였다.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오자 “미국사회에서 결혼은 갈수록 특권이 되고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혼에 너무 많은 편익들이 따르고 있으며 이것이 결혼 커플들과 싱글들 간의 경제적 격차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세제와 소셜시큐리티 베니핏 같은 제도적 편익 외에도 결혼 커플들은 양가 집안으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는 경우가 싱글들보다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결혼 커플들은 첫 주택을 구입할 때 이런 도움을 많이 받는다.
싱글들과 편부모를 대변하는 사회운동가들은 결혼 커플들과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결혼에 따르는 편익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못한 사람들, 그리고 아이를 홀로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적 조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케어를 기본권으로 만들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행동과 기업들의 동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정치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과제들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실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자발적 비혼이 아닌,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세태(얼마 전 밀레니얼과 Z세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7%는 빚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고 밝혔다)속에서 싱글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는 주장을 마냥 묵살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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