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처음 보내는 날이다.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 시계를 본다. 7시 45분이다. 지금까지는 두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주는 게 편해서 알람을 맞춰놓지 않았다. 하필 오늘 평소보다 더 늦게 일어났다.
8시 30분까지 등원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밤새 빵빵해진 두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 주고 첫째의 아침을 준비한다. 토스트에 딸기잼을 발라 주고 사과, 당근, 토마토를 먹기 좋게 잘라 우유와 함께 내어주었다. 오늘 같은 날은 얌전히 먹어주면 고마우련만 오늘도 우유는 쏟고 과일들은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밥 먹는 틈을 타 빗질을 하고 딸의 머리를 묶어준다. 첫 등원 날인데 깔끔하게 해서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딸아이는 엄마에게 협조할 생각이 없다.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 예쁜 모양은 내지 못하고 겨우 포니테일로만 묶었다.
첫째가 아침을 먹는 사이 둘째를 차에 실을 준비를 한다. 카시트 바구니에 겨우 앉혔더니 뿌지직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부터 시원하게 응가를 한 아이를 다시 내려 새 기저귀로 교체해준다. 다시 아이를 카시트에 앉힌다. 이제 한 아이는 준비 완료다.
난장판이 된 식탁을 뒤로하고 첫째 아이와 손과 입을 닦아 주고 준비해둔 옷을 입힌다. 오늘 아침에 분주할 것을 예상하고 어제저녁에 미리 옷과 가방을 준비해 놓았다. 부랴부랴 간식과 물통까지 챙기니 첫째도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것 같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 두 아이를 차에 차례대로 싣고 나도 타려는데 나는 아직 잠옷 바람이다. 애아빠한테 잠시 애들 좀 보라고 하고 부리나케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질끈 묶고 나온다. 세수랑 양치질은 하지도 못했다. 마스크로 대충 가릴 참이다.
운전을 하며 아이에게 유치원에 가는 기분이 어떻냐고 하니 자꾸 ‘무서워’라는 대답이 들어온다. ‘무서워’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 아이인데 아이는 첫 사회생활을 앞두고 무엇이 두려운지 ‘무서워’라는 말을 해서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나는 유치원에 가면 친구들도 있고 선생님도 계시고 재미있는 수업도 듣게 될 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아이는 듣는 둥 마는 둥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유치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딱 8시 30분이다. 아기띠를 두르고 둘째를 안는다. 첫째를 조심스레 내려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들어선다. 선생님이 나오셔서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선생님이 아이를 번쩍 안아 들어가시는데 아이는 ‘엄마’를 찾으며 벌써부터 눈물 바람이다. 내가 곧 자기를 놔두고 갈 것을 알아챈 모양이다. 선생님이 노래도 틀어 주시고 장난감들로 아이를 달래 보신다. 나는 그 틈을 타 둘째와 몰래 빠져나왔다.
아기를 다시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분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좀 전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다. 태어나서 27개월 동안 한 번도 엄마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이인데 갑자기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되었으니 새로운 시작이 무섭고 떨리기도 하리라. 그래도 아이 특유의 밝음과 명랑함으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새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아이를 기관에 보낸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고 계속 울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된다. 오늘의 활동 사진이 업데이트되는 어플을 들어갔다 나왔다해 본다.
딸을 처음 내 품에 안았을 때 아이가 맞이할 수많은 ‘처음’에 항상 함께 하겠노라고 그리고 온 맘으로 응원하겠노라고 약속했다. 한걸음 한걸음 그의 생 앞으로 내딛는 걸음마다 이 엄마의 응원과 축복이 있음을 아이는 알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늘 새로운 시작에 함께 할 수 있기를 그리고 또 지치고 넘어질 때에 손 내밀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어질러진 식탁을 치우고 커피 한잔 내려 마시고 글 좀 썼더니 벌써 열두 시다. 이제 조금 있으면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벌써부터 나를 보고 뛰어 올 아이의 모습이 상상이 된다. 오늘은 내 품에 뛰어든 아이를 꼭 안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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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