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들 잘 버티고 희생해준 덕분…역전골 어시스트는 머릿속으로 다 계산했죠”
(알라이얀=연합뉴스)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가 끝난 뒤 황희찬의 역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손흥민이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마스크 투혼'으로 감동을 주며 한국 축구의 역대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이끈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이내 냉정함을 되찾고 다음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나 "칭찬받아 마땅하고, 너무 기쁜 순간이지만, 다음을 잘 준비해야 한다. 침착하게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한국의 선발 공격진에 배치된 손흥민은 1-1로 맞선 후반 추가 시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역전 결승 골을 어시스트해 한국이 2-1 대역전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발판을 놨다.
과거 숱하게 남긴 '울분의 눈물' 대신 이날은 '기쁨의 눈물'을 흘린 손흥민은 "저희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분명 많이 없었을 거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믿음을 놓지 않고 이런 결과를 얻어내서 감정적으로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16강을 항상 얘기했는데, 이제 더 나아가고자 노력하겠다"며 "내일부터 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하나의 기적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손흥민과의 일문일답.
-- 경기 끝나고 눈물을 흘린 것 같은데.
▲ 기쁘죠. 선수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잘 알고 있고, 그걸 누구보다 제일 가까이서 본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선수들이 분명히 여기보다 더 높은 위치로 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너무 기뻤다. 또 주장으로서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순간이라서 감정적으로 되게 좋았다. 저희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분명히 많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고 이런 결과를 얻어냈기에 감정적으로 너무 좋았다.
-- 경기 막판에 마스크를 벗었는데.
▲ 사실 벗으면 안 되죠. 이제 수술한 지가 한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뼈가 붙는 데는 최소 석 달은 걸려서 이제 실처럼 살짝 붙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저는 이렇게 해야 하는 위치고, 제가 좋아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거다. 그 순간 벗었다고 해서 이제 완전히 벗고 경기를 해도 되는 건 아니다. 아직도 엄청난 리스크를 갖고 하는 거다. 좋아진 상태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 마지막에 돌파하면서 황희찬이 눈에 딱 들어왔나.
▲ TV로 보실 때는 저희가 안 보고 패스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실 텐데, 그런 상황을 다 읽는다. 어느 순간 패스를 줘야 희찬이가 좀 더 좋은 상황에서 슛을 때릴 수 있을까 그 짧은 시간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플레이한다. 70∼80m를 뛰어가서 그런 순간적인 판단을 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제게 공간이 조금 있었다면 어떻게 슈팅을 때려보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위험 지역에 가다 보니까 상대 선수 서너 명에 둘러싸였다. 그 순간 '여기구나' 판단한 게 다리 사이였는데, 운이 좋게 그게 다리 사이로 들어갔고 희찬이가 마무리를 잘 해줬다.
-- 16강에 진출하는 걸 상상했을 텐데, 막상 가니까 어떤가.
▲ 너무 좋지만, 끝난 게 아니잖아요. 저희가 16강을 항상 얘기했지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그러기 위해 노력을 할 거다. 지금 선수들이 매우 좋아하고 감정적으로 들떠 있는 거는 사실이지만, 오늘까지 이 감정을 유지하고 내일부터는 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하나의 기적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전반 끝나고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했나.
▲ 더는 골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결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선수들이 그걸 잘 인지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주고 잘 희생해주고 잘 싸워줬던 덕분이다.
-- (경기 끝나고 같은 H조의) 가나-우루과이 경기 보면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생각도 했나.
▲ 아니요. 그때 생각은 전혀 안 났다. 저희가 동그랗게 모여 있을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우린 올라갈 자격이 있다' 이런 얘기들이었다. 무척 긍정적이었다. 사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저도 감정에 휩쓸려서 잘 못 들었지만, '몇 분 남았냐', '몇 초 남았냐', '어떤 상황이다' 이런 걸 얘기해주는데, 제 할 말 하기가 바빴던 것 같다. 그 결과가 어떻든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기쁜 마음만 가득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 동점 골 이후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알라이얀=연합뉴스)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 손흥민 등 선수들이 16강 진출에 성공하자 동료 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 1분 1초가 아까웠다. 그 좋은 분위기를 끌고 가서 전반 끝나기 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누구보다 제가 기뻐해야 할 사람인데, 얼마나 간절했는데…, 뛰어가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랬다. 저만 급했나 이런 생각도 드는데, 선수들도 분명 급하고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결과가 정말 좋게 나와서 참 다행이다.
-- 어려운 경기를 했고 찬스가 많이 안 나왔는데, 끝나기 전에 언젠가 한 번은 날 거로 생각했나.
▲ 그럼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가 공격을 할 수가 없다. 사실 포르투갈을 상대로 저희가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포르투갈이 볼을 많이 갖고 있을 거고 경기를 지배하기 때문에 저희가 조금 더 수비적으로 골을 내주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상황에서 저희에게 조그마한 기회가 왔을 때 결정을 짓느냐 못 짓냐는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런 조그만 찬스를 믿고 경기한다면,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 얼마나 더 올라갈 수 있을까.
▲ 사실 어디까지 올라가겠다는 약속을 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저도 '우승하고 싶다'고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어진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래야 좋은 결과도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아직 16강에서 어느 팀과 할지도 모르겠지만, 만날 팀이 결정되면 준비를 잘하고 그 경기에서 모든 것을 쏟아낸 결과가 좋다면 또 다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