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송 산책] 추억의 영화 음악 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 Diana (노래: Paul Anka)(2)
2022-12-02 (금)
정태문
'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가 유럽과 아시아에서 유명세를 타게 된 이유는 ‘알랑 들롱’의 치명적인 매력이 한 몫 했기 때문이다.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는 용모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단숨에 유럽 최고 스타로 떠올랐고 또한 이 영화에 삽입된 ‘폴 앤커’의 노래 ‘Diana’도 동반 상승세를 타고 ‘Diana’ 신드롬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이 영화는 상영 전부터 흥행 성공이 예상되었다. 유럽 대륙을 뜨겁게 달구웠던 알랑 들롱과 독일인의 모친과 오스트리아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출생한 ‘로미 슈나이더’와의 세기의 로맨스는 모든 팬의 관심사였다. 허나 ‘로미 슈나이더’의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결혼으로 이뤄지지는 못했다. 많은 팬들의 성원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했지만 그들의 관계는 5년의 동거로 결말을 맞았다. 195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Diana’는 그 당시 전축이 일부 가정에서만 소지할 수 있었던 사치품(?)이라 대중들이 즐기기에는 시기상조 였다. 그 후 ‘아기씨 손길을 부드럽게’ 영화가 국내에 상영된 후 ‘Diana’는 입소문이 나고 라디오 전파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그 후 가장 핫한 팝송 중의 하나로 알려지게 된다. ‘Diana’ 여파로 Paul Anka의 다른 노래들도 함께 주목을 받고 팬들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You Are My Destiny’, ‘Carzy Love’, ‘Put Your Head On My Shoulder’, ‘Puppy Love’, ‘Let The Bell Keep Ringing’ 등 주옥같은 그의 힛트 송에 열광했다.
‘Diana’는 Paul Anka가 15세 때 만든 자작곡으로 뉴욕 ABC Paramount 레코드 회사에서 녹음을 마쳤다. 나중에 이 노래가 초유의 성공을 이루자 이 노래의 기획과 프로듀서를 맡은 ‘Don Costa’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사춘기 시절을 채 끝나지 않은 한 소년이 찾아와 당돌하게 오디션 요청을 했다. 사실 그 때 난 기대하지 않은 채 그에게 그럼 불러봐 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서슴없이 Diana를 불렀고 듣는 순간 난 무언가에 홀린 듯 했다. 이건 무조건 힛트할 것을 예상하여 즉시 녹음 날짜를 잡아 세상에 발표했다. 그리곤 Diana의 신드롬이 전세계를 강타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자 편곡자인 Don Costa는 이후부터 Paul Anka의 모든 노래들의 편곡과 프로듀싱을 직접 담당하여 Paul Anka가 1962년 RCA Victor 회사로 옮기기 전까지 함께 일했다. 그의 첫번째 LP레코드 ‘Paul Anka Sings His Big 15’는 수록된 노래 15곡 모두 힛트하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Diana’가 처음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1957년 7월29일 당시 쟁쟁한 노래들이 차트에 머물고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Teddy Bear’, 팻 분의 ‘Love Letter In The Sand’, Every Brothers의 ‘Bye Bye Love’, 영화 배우 Debbie Reynolds의 ‘Tammy’, Jimmie Rodgers의 ‘Honeycomb’, Buddy Holy and Crickets의 ‘That’ll Be The Day’ 등이었다. 레코드 판매는 기록적인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지만 차트 순위는 정상에 단 1주만 머무르는데 만족하고 ‘Tammy’에게 정상을 양보해야 했다. 허나 이것은 필자에게는 여전히 하나의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당시의 차트 순위는 레코드 판매 실적 위주로 정하는데 그 당시 싱글 레코드만 700만장 이상 판매되었는데도 불구하고 1주만에 1위 자리를 내려온 것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판매 성적을 감안하면 최소한 9-10 주간 정상을 지키는 것이 순리인데… 다만 영국에서는 9주간 정상을 지켰다.
‘Diana’ 노래가 만들어진 계기는 이러했다. ‘Paul Anka’가 사춘기 시절 교회와 커뮤니티 봉사활동에서 만난 연상의 여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그의 첫사랑이었다. 허나 그의 진심이란 구애에도 그를 무시하는 그녀에게 어떻게 그의 마음을 전달할까 생각하다 만든 노래가 바로 ‘Diana’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Paul Anka의 사랑을 거절했다. 15세 소년이 만든 노래 ‘Diana’가 광풍을 일으키며 미국에서만 9백만장을 판매했으며 영국에서도 1백만장 이상 판매되자 전세계 팬들은 Diana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했다. 그러나 정작 Paul Anka는 이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여러가지 가설이 난무했다. 그러나 어느 것도 확실한 것은 없었는데 얼마전 Paul Anka가 그의 자서전 ‘My Way’에서 밝혔다. “Diana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교회에서 만난 5살 연상의 여자였으며 저의 구애를 전혀 받아주지 않아 혼자 짝사랑했어요.” 그녀가 평범하게 살고 싶어해 Paul Anka는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를 매스컴으로부터 최대한 보호해주었다고 한다.
“난 어리고 당신은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사람들이 말하지만 난 개의치 않아요. 왜냐하면 난 영원히 당신과 함께 나무에 있는 새처럼 자유롭게 살기를 기도하니까. 그러니까 다이아나여! 내 곁에 있어주세요. 당신이 나를 알아줄 땐 난 온몸에 전율을 느껴요. 사랑하는 나의 여인이여 난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해요. 그런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내 모든 마음을 통해 그대를 사랑해요. 그리고 우린 절대 헤어지지 말아요. 제발 내 곁에 있어주세요.” 가사 내용처럼 연상의 여인을 혼자 짝사랑한 감정을 만든 곡으로 실제 연상의 여인 Diana Ayoub는 전혀 Paul Anka의 구애를 받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자녀 2명을 낳고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Diana 노래의 성공에는 3가지의 요소가 있다. 첫째는 도입부에 작렬하는 섹스폰 연주. 두번째는 십대의 소년이 가진 장점을 모두 발산하는 강력한 목소리. 세번째는 듣는 순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혼불멸의 멜로디. 이 3가지의 특징이 6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를 가슴 뛰게 만드는 요인이다. (끝)
<정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