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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책임감

2022-11-25 (금) 최형욱 서울경제 문화부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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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남긴 진리 중 하나는 자연과 인류가 공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계몽주의 시대 이후 인간에게 자연은 정복과 약탈의 대상이었다. 인류는 동물과 식물, 나아가 공기·물·토지까지 한정된 지구의 자원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다 마침내 지구온난화의 역습을 맞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 역시 일종의 경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소 생뚱맞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같은 자연의 경고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나 노동계, 윤석열 정부의 공감 능력 결여와 오버랩된다. 전장연은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수십 차례 벌였다. 일부 이해되는 대목도 있지만 원군이 돼줘야 할 국민 대다수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노동계 역시 이번 주를 시작으로 대규모 동시다발적인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화물연대부터 학교 비정규직, 철도와 지하철 노동자까지 각각 안전운임제 시행,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해소, 인력 감축 계획 철회 등을 요구하며 격렬한 ‘동투(冬鬪·겨울 투쟁)’를 예고하고 있다.

근대 민주주의국가들은 모든 개인들의 신체와 정신, 영혼의 자율성이 양도할 수 없는 권리임을 법률에 못 박고 있다. 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원칙에 어긋나더라도 소수의 권리를 위해 다수의 이익은 어느 정도 희생될 수 있다고 본다.하지만 팬데믹 사태는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것은 모두가 연결돼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자연계를 망치면 인간도 생존할 수 없다. 인간 사회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평등 심화, 민주주의 위기 등으로 한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다른 집단이나 사람들 간 조화와 공존의 가치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기업·노조·지역사회 등 어느 일방의 요구가 아니라 공존, 삶의 질, 생명권 등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명확한 사의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실무자들만 압수 수색하거나 입건 중이다. 근본적인 책임은 야당의 요구를 정치적 공세로만 일축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뉴욕 방문 당시 불거진 자막 보도 논란을 이유로 MBC 기자를 전용기 탑승에서 제외했다. 실제 발언이 어쨌건 비어 사용이 분명한데도 자신의 실언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21일에는 최근 MBC 기자와 대통령실 참모 간의 공개 설전을 이유로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까지 잠정 중단했다. 대통령 본인 문제나 사회적 참사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사과를 한다는 건 죄를 인정하는 것과 같은 뜻이 아니다. 대통령은 죄가 없을 때도 사과해야 할 때가 있다. 아무리 최측근이라도 직접 책임을 물어 물러나게 해야 한다. 한 국가의 리더라면 모든 관계를 개선하고 갈등을 해소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이 옳다고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관계가 악화된다. 오히려 책임을 질 때 대통령의 성숙함이 부각되면서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의 성공은 자신만의 원칙이나 정의 실현이 아니라 사회의 성공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책상 팻말에 쓰인 ‘최종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문구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때문인지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이 문구가 적힌 명패를 선물한 바 있다. 국민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최종 책임을 지지 않으면 사회 각 집단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

<최형욱 서울경제 문화부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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