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선 지휘 절찬받아, 12월 3일까지 계속
SF 오페라가 공연하고 있는 ‘La traviata’의 한 장면 [SF 오페라 제공]
오페라 춘희는 베르디가 남긴 걸작 중의 하나로서 특히 한국인 사랑하는 노래 ‘동백 아가씨’의 배경이 된 작품이기도 하였다. 화류계의 여인 비올렛타와 젊은 귀족 알프레도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 요즘에는 흔한 신파로 취급되지만 베르디가 생존했던 당시만 해도 젊은이들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이야기였다. 한국에서는 1948년 대한민국 사상 처음 열린 오페라 공연으로서, 명동 시공간(국립극장 전신)에서 선보여 크게 히트쳤으며 ‘축배의 노래’,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 같은 노래들로 긴 여운을 남긴 작품이기도 했다.
작곡가 베르디는 ‘춘희’를 작곡하기 전 ‘리골레토’라는 작품으로 전 유럽에 크게 이름을 떨쳤으나 ‘춘희’를 발표하면서 명성에 금이 가고 말았다. 당시로서는 시기상조였던 화류계 여성과 귀족 젊은이와의 사랑이라는 사실적인 요소가 오히려 크게 반감을 샀으며 더구나 화류계 여성을 마치 고귀한 귀족처럼 그린 것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세익스피어 등 문학에도 정통했던 베르디는 인간이란 신분에 상관없이 모두 고귀하고 사랑은 평등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었으나 그럴수록 베르디의 변명은 더욱 옹색해졌고 결국 막대한 정력을 소비한 오페라 ‘춘희(La traviata)’는 처참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오페라 ‘La traviata’는 루이 15세가 다스리던 150년 전으로 무대를 새로 바꾸고 음악도 일부 손질을 가하여 1년 뒤 다시 베니스에서 재공연하여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베르디는 자신의 의도와는 너무 달랐던 ‘La traviata’의 결과를 평생 아쉬워했으며 늘 속으로는 자신의 최고의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청춘의 덧없음… 그리고 세인들의 입맛과는 달리 화류계 여성 등에 대한 깊은 동정심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음악적 요소 또한 대단하여 프리마돈나 역할은 서정성, 다이나믹, 콜로라투라 역할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가수여야만 가능했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웅장한 합창, 화려한 무대, 테너역과 아버지 제르몽 역(바리톤) 등 모두 개성있고 뛰어난 가창력이 필요한 역할이었고 노래의 예술성도 뛰어났다. 그러나 그러한 ‘La traviata’의 강점은 동시에 ‘La traviata’의 약점으로도 작용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오페라가 뛰어난 만큼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힘든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뛰어난 소프라노가 필요했던 ‘La traviata’에 가장 걸맞는 가수로서 전설적인 마리아 칼라스, 흑인 소프라노 레온틴 프리이스 등이 꼽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창설된 다음해인 1924년 ‘La traviata’의 첫 데뷰 무대를 열었다. 당시 SF 오페라 창설자 Gaetano Merola의 지휘로 프리마돈나 Claudia Muzio가 비올렛타 역을 맡아 전설적인 공연을 펼쳤으며 그후 Anna Moffo, Joan Sutherland, Beverly Sills 등 우리 귀에 익숙한 소프라노들이 SF 무대에서 비올렛타 역으로 절찬받았다. ‘La Traviata’는 SF 오페라의 단골 메뉴로서 SF 오페라 사상 5번째로 많은 횟수의 공연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 창립 100주년을 맞아 무대를 새로 갈아엎어 더욱 세심한 조명과 연출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11월 11일 오라클 파크에서의 동시 중계과 함께 시작한 SF 오페라의 ‘La Traviata’ 무대는 12월 3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한인 지휘자 김은선의 깊이 있고 절제 있는 지휘가 호평받고 있다. 특히 크로니클은 김은선의 지휘를 부드럽고 강렬한 색채, 그리고 오케스트라와의 완벽한 호흡을 일궈낸 일급 지휘로 평가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소프라노 Pretty Yende, 미국인 테너 Jonathan Tetelman 그리고 이탈리안 바리톤 Simone Piazzola 등의 노래들도 흠잡을 수 없었으며 특히 SF 오페라에서 데뷰 무대를 펼친 소프라노 Pretty Yende와 아버지(제르몽) 역을 맡은 Simone Piazzola 등의 노래는 유혹적이었다고 절찬받았다. 새 무대는 디렉터 Shawna Lucey, 의상 및 세트는 Robert Innes Hopkins이 담당하여 은은하고도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고, Michael Clark의 조명 또한 극찬받았다.
SF 오페라의 ‘La Traviata’ 무대는 12월 3일까지 계속되며 상세한 정보는 www.sfopera.com으로 검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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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