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옆에서 사람이 쓰러지면 어떻게 대처 할 것인가? 우선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괜찮으세요?” 하고 큰소리로 물어 본다. 기운이 없지만 의식이 있고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으며 다른 증상이 없으면 혈압이 순간적으로 낮아진 경우일 수 있으니 안전하게 눕혀놓고 다리 쪽을 올려주면 뇌로 가는 혈액 순환이 활발하게 되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어떤 이들은 머리 쪽을 일으켜 세우면서 물을 주려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반대로 눕혀야 되며 물은 기도로 들어갈 수 있으므로 의식이 또렷해질 때까지 조심해야한다. 당뇨환자인 경우에는 저혈당 가능성을 생각해 설탕이나 음료수를 조심스럽게 시도 해본다.
그러나 의식이 없는 경우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맥박과 호흡이 있는지 살펴야한다. 심장이 정지되어 순환이 되지 않은 채 4분이 지나면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뇌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10분부터는 뇌 이외의 다른 장기들도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따라서 심정지가 발생하면 늦어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CPR) 응급처치를 시작해서 전문적인 의료 치료가 이루어질 때까지 중단 없이 계속해야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응급상황 발생 직후부터 4분까지를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심장이 멈추고 숨을 쉬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응급 처치인 심폐소생술은 뇌에 혈액을 공급해 뇌사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것은 자동심장충격기의 역할이고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다시 뛸 수 있기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자동 심장충격기는 음성으로 사용 안내를 해 주기 때문에 비전문가들도 사용할 수 있다.
비상상황이 발생하여 누군가가 쓰러졌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환자의 상태를 알리고 119에 신고할 것을 요청한다. 이 때 누구에게 임무를 부탁하는지 확실하게 지목하여 서로 미루지 않도록 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AED (제세동기 혹은 전기 심장충격기)를 갖고 올 것을 요청한 다음, 본인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맥박과 호흡이 없으면 환자를 평평하고 딱딱한 바닥에 반듯하게 눕혀 목을 뒤로 젖히고 (기도확보) 가슴압박을 시작한다. 과거엔 기도확보(A)부터 진행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최근 지침에는 가슴압박(C)부터 실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외상이 의심된다면 두 사람 이상의 도움을 받아 환자의 머리와 목과 몸이 통나무처럼 일자가 되도록 동시에 눕혀야 한다. 그리고 머리에 베개를 둔다던지 머리를 위로 받혀서는 안 된다.
가슴 압박은 한쪽 손등 위에 다른 쪽 손바닥을 얹어 깍지를 끼고 아래쪽 손가락을 위로 젖힌 상태에서 환자의 가슴뼈(흉골)의 아래쪽 절반 부위에 깍지를 낀 두 손의 손바닥 뒤꿈치를 댄후 5~6cm 깊이,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눌러준다. 두 팔을 굽히지 않게 곧게 펴서 지면과 수직이 되도록 하여, 갈비뼈를 부러뜨릴 각오로 팔에 모든 체중을 실어 박력 있게 누른다. “세게/빠르게”를 기억한다. 제대로 하면 건장한 성인 남성도 금방 나가떨어질 정도로 체력소모가 극심하기 때문에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면 보통 2분마다 서로 바꿔가면서 한다.
예전에는 가슴압박과 함께 머리를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한 후 인공호흡을 했는데 비 숙련자가 시행할 때 여러 가지 위험성(코로나19, 결핵, 충치, 화생방물질 노출)이 있기 때문에 현재는 되도록이면 인공호흡은 생략하고 가슴 압박만 할 것으로 수정되어가는 추세이다. 안전한 경우이며 시술자가 2인 이상이라면 한 명이 가슴압박을 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인공호흡을 하는 것은 환자의 소생률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다.
심폐소생술은 쉽지 않고 성공률이 매우 낮다. 심지어 병원에서 숙련된 의료인들도 힘든데 숙달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심폐소생술을 해볼수록 가장 중요한 일은 서로 협력하면서도 일을 책임감 있게 분담해야 하는 것과 중요한 일부터 순서적으로 차근차근해야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몸이 평소에 의식하지 않고 숨을 쉬며 태어나서부터 심장이 자동적으로 뛰는 것을 생각하면 살아있음이 신비한 기적이요 선물이다.
되돌아보면 중요한 일, 가족과 가까운 주위 사람을 사랑하고 일으키는 일은 소홀했고 중요하지 않으면서 급한 일에 쫓기면서 살았던 적이 많았다. 또 다른 사람들과 서로 분담하여 협력하였다면 훨씬 수월하고 효과적이었을 일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경험들이 후회스럽다. 심폐소생술의 교훈을 일찍부터 깨달았다면 인생을 더 지혜롭게 살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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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