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말 ‘축구 성찬’

2022-11-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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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는 단연 올림픽이다. 200개가 넘는 국가들이 참가해 자국의 명예를 놓고 기량을 겨루는 올림픽의 규모를 따라갈 이벤트는 없다, 그러나 전 세계인들의 관심과 인기, 그리고 열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올림픽은 월드컵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월드컵은 지구촌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의 궁극적 향연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스포츠들이 최고를 가리는 이벤트에 ‘월드’라는 호칭을 붙인다. 메이저리그의 ‘월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구촌 전체를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월드 스포츠 제전을 꼽으라면 단연 월드컵이다. 월드컵은 비단 참가국 국민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축구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축구는 발과 머리로만 공을 다뤄야 하고 몸과 몸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원초적인 성격의 스포츠이다. 국가 대항전인 월드컵은 애국심까지 더해지면서 참가국 국민들을 열광과 몰입으로 몰아넣는다. 지난 2002 월드컵 당시의 응원 열기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월드컵은 팬들을 미치게 만든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이름을 따 월드컵을 ‘현대판 디오니소스 축제’라 부르기도 한다.


매 4년마다 축구공을 가지고 벌이는 ‘디오니소스 축제’인 월드컵이 오는 20일부터 카타르에서 시작된다. 월드컵은 한여름 축제로 열리는 것이 관행이지만 이번 대회만은 11월부터 12월에 걸쳐 열리게 됐다. 주최국인 카타르의 살인적인 여름 기온을 피하기 위해 겨울 월드컵으로 치르기로 한 것이다.

중동의 부유한 산유국인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치르기 위해 경기장들을 짓고 도로와 지하철, 공항과 호텔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2,2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카타르는 초호화 최첨단으로 치러지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국의 이미지 개선과 홍보효과를 노리고 있다.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들이 유럽의 명문 축구구단 인수 등 스포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타르 월드컵에는 한국 등 32개국이 참가해 20일 주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를 필두로 오는 12월18일까지 28일 간에 걸친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 기간 중 총 64경기가 치러진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한국은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한조에 속해 16강 진출권을 놓고 다투게 된다. 객관적 전력으로 보자면 피파 랭킹 28~29위권인 한국의 16강 진출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특히 대표팀의 핵심인 손흥민이 대회를 앞두고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것도 악재다.

대다수 베팅업체들은 한국의 16강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ESPN 등 스포츠 매체들은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어떤 전망이 들어맞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공은 둥글기 때문이다.

한국은 24일 오전 5시(서부시간)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28일 오전 5시에는 가나, 그리고 12월2일 오전 7시에는 포르투갈과 격돌한다. 한국 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 월드컵을 즐기기 원한다면 한국 팀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축구 자체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월드컵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벌이는 축구의 향연이다. 그런 만큼 월드컵은 풍성한 식단으로 잘 차려진 뷔페라 할 수 있다. 한 달 동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런 뷔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축구팬들에게 축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철학자 폴 우드러프는 “훌륭한 관객이 되려면 당신이 보고 있는 것에 어떤 관심을 기울여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저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각국 팀과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머리에 넣고 본다면 재미는 배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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