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두대에 선 수녀들***장엄하고 강렬”
▶ 프랑스 대혁명 종교 탄압 실화 기반...김은선 음악감독 오케스트라 지휘
카르멜회 수녀들이 단두대 처형을 앞두고 일렬로 서 함께 손잡고 성모찬가 살베레지나를 부르고 있는 장면 <사진 SF오페라>
SF오페라가 지난 15일부터 약 2주간 공연한 프랜시스 풀랑크의 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가 30일 막을 내렸다.
1794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종교 탄압으로 카르멜회 수녀들이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풀랑크의 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는 15일부터 30일까지 총 5번 무대로 선사돼 관객들에게 장엄하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수녀들의 투쟁과 번민이 오페라 내내 대화풍의 노래를 통해 전달됐으며, 특히 사형 전 수녀들이 죽음을 앞두고 부르는 성모찬가 살베레지나는 듣는 이로 하여금 슬픔과 공포, 벅찬 감동이 오묘하게 함께 느껴지도록 했다. 김은선 SF오페라 음악감독이 지휘한 오케스트라의 긴장감 넘치는 연주는 수녀들의 대화풍의 노래와 만나 오묘한 종교적 색채를 내었으며, 각 막과 장에서 주인공 ‘블랑슈’를 비롯한 수녀들의 슬픔, 공포, 간절함, 절박함, 비장함 등이 생동감있게 표현되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는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혁명으로 온 나라가 혼란으로 물들기 시작한 가운데 1막에서 주인공 ‘블랑슈’는 아버지인 드 라 포르스 후작과 오빠 ‘슈발리에’에게 수녀가 되겠다고 선언한 후 카르멜회 수녀원에 들어간다.
2막에서는 죽음에 대한 블랑슈의 공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녀원장 크루아시가 병상에서 두려움을 호소하며 죽는 모습을 본 블랑슈가 죽음에 공포에 사로잡힌 모습이 잘 표현되며, 오빠 ‘슈발리에’가 찾아와 수녀원을 떠나라고 청하지만 이를 거절한다. 한편, 혁명정부에 의해 미사조차 금지되고, 순교를 택하자는 마리 수녀와 우리의 의지가 아닌 신의 뜻에 따라야 한다며 반대하는 리두안 후임 수녀원장의 의견 대립이 나타난다.
오페라가 절정에 달하는 3막에서는 단두대 처형 장면이 나온다. 블랑슈를 비롯한 모든 수녀가 순교를 서약하지만 블랑슈는 끝내 두려움에 못 이겨 도망가고 만다. 아버지조차 죽임을 당하고 혁명가들의 하녀로 일하게 된 블랑슈에게 마리 수녀가 찾아와 마지막 설득을 한다.
한편 리두안 수녀원장 역시 끝내 함께 순교하겠다고 서약하고, 수녀들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다. 흰색 옷을 입고 일렬로 선 수녀들이 ‘살베레지나’를 부르며 한 명씩 처형된다. 단두대의 칼날이 떨어지는 날카롭고 선명한 소리와 함께 수녀가 한 명씩 죽임을 당하고, 결국 마지막에 도착한 블랑슈 역시 처형을 당하며 오페라가 막을 내린다.
기존 오페라에서 흔히 보이는 남녀간의 사랑, 전쟁 등의 극적인 요소가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에서는 없다.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흑과 백으로 이뤄진 오페라의 전체적인 색채와 미니멀한 소품, 수녀들의 이야기라는 소재가 이토록 장엄하고 강렬한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것은 탄탄한 무대연출과 더불어 중요한 역사적 소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는 게르트루드 폰 르포르의 소설 ‘단두대에 선 마지막 여자’을 원작으로 하며, 영화와 연극으로 제작된 후 프랜시스 풀랑크이 오페라로 제작해 1957년 초연한 작품이다.
한편 공연이 끝나고 SF오페라에서 30여년간 활약한 캐서린 쿡 메조-소프라노, 필립 스키너와 데일 트래비스 배스-바리톤 그간의 공헌과 노력을 치하하는 SF오페라 메달을 수여받아 큰 환호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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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