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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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2022-10-25 (화)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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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을 딱 한번만 더 가자면 다람쥐가 솔방울을 물고 가는 그 뒤를 쫓아가서는 혹시나 다람쥐가 재주나 홀딱 넘어 만든 공산에 들게 될는지나, 마냥 뒤쫓아 가겠다 거기 열매 한 개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도 천둥 만하게 크게 나는 공산에서나, 설령 죄 있다 하더라도 다람쥐처럼 기고 숨고 금빛 꼬리를 둥글게 말아 올리곤 하겠다

다람쥐를 쫓아가다 다람쥐가 되는 시인을 보겠다. 재주를 넘다가 꽁무니에 복슬 꼬리 돋는 시인을 보겠다. 사람이었을까 싶게 다람쥐가 된 시인을 보겠다. 열매 한 개 떨어지는 소리를 천둥으로 여기니, 작아져서 커지는 세계를 보겠다. 볼주머니가 터지게 도토리 재테크에 열중하지만 땅굴마다 휴면 계좌를 둬 참나무가 싹트게 하는 다람쥐를 보겠다.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호모사피엔스와 달리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사는 작은 생명들의 재주를 보겠다. 운명을 살지 않고, 소풍을 나온 생을 보겠다. 반칠환 [시인]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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