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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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아시아’의 숨은 뜻

2022-10-06 (목)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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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하면 유럽과 대치되는 단어로 중국 한국 일본의 동아시아,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그리고 지명의 우즈베키스탄 같이 ‘스탄’이란 단어가 들어간 중앙아시아 지역을 포함해 3개의 지역을 함께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서양과 대칭되는 단어 ‘동양’도 이 3개의 지역으로 받아들여야하는데 동양하면 한중일 3국으로 그리고 때에 따라서 중국 한국 일본도 아니고 그냥 중국으로 생각한다. 아니 우리의 무의식속에 우리 뇌에 그리 못 박혀 있는 것 같다.

과거 조선조에 선비들이 명나라가 망하자 조선이 명나라를 이어가는 작은 중국, 즉 소중국이라고 하며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 제사를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이 설립되던 1948년까지 경복궁에서 이어갔다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든다. 우리 세대가 모두 그러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후손이자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탓일 것이다.


얼마 전 워싱턴 총영사관에서 한국 전통 민화 전시회가 열렸다. 이 행사를 주관한 이 모 교수가 일본은 자기나라 그림을 일본화라고 부르고, 중국도 자기나라 그림을 중국 그림이라고 부르는데 유독 한국은 한국화라는 단어는 안 쓰고 동양화라고 부른다며 볼멘 불평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한국의 예술 모든 분야가 꼭 그런 것은 아닌 듯싶다. 대학과정을 보면 음악대학에는 서양음악과와 국악과로, 동양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고 엄연히 국악이다. 또 무용과를 보면 현대무용과 고전무용으로 구분하며 한국 전통춤이 엄연히 전공학과로 존재하고 있다. 다만 생각해보니 미술대학만은 한국화가 아니라 서양화와 동양화로 나눠진다.

사실 해금, 가야금, 거문고, 아쟁, 대금 같은 타고 뜯고 치고 등의 다양한 전통악기, 그리고 판소리, 사물놀이, 마당놀이 등등 가장 한국적인 국악이 면면히 이어오고 또 그 토양에서 자란 소리꾼들이 현재의 BTS처럼 세계를 누비고 있다.

한국 고전무용 역시 유네스코에 등재된 종묘대제의 전통 궁중무용, 종교 의식의 승무, 전통의 북춤 부채춤으로 세계를 누비며 여러 축하행렬에 앞장서는 가운데 부수적으로 화려한 전통한국 복식까지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그럴진대 이제 그림도 한국화라는 단어를 좀 깊이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중국을 모화한다고 해야 하나 어찌 되었든 많은 분들이 동양화를 그린다면서 사군자를 친다. 사실 사군자는 붓 하나 한 획이 희열의 정수이다. 아마도 정신수양의 하나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정신수양이란 면에서 공감한다, 좋은 그림의 장르이다.

그러나 수묵화 그것이 동양화의 전부인 양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김홍도 같은 한국 전통 풍속화가, 임금님 소위 용좌 뒤편의 일월 오봉도를 비롯한 궁궐 장식화 그림, 십장생 병풍 같은 민속 그림, 부처님 탱화 등 한국의 훌륭한 전통 한국화의 장르가 여러 개 있다. 이제 동양화란 단어를 없애고 한국화라는 범주 안에 궁중전통 장식화, 한국 풍속화, 그리고 현재의 동양화를 수묵화 장르로 하여 이 전체를 묶어서 한국화라는 이름을 붙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한국인도 세계의 선진국으로 어깨를 펴고 나가자고 말하고 싶다. 한국화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동양철학이 아니라 한국 철학, 동양 문화가 아니라 한국 문화, 동양적 사고가 아니라 한국적 사고라는 단어를 쓰면 어떨까?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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